은행
국민행복기금 적자운영 불가피
뉴스종합| 2013-04-08 11:25
국민행복기금이 채무조정을 위해 일괄 매입한 채권 비용을 보전하지 못해 ‘부실 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당국이 예상한 채무조정 신청자 32만6000명이 빚을 탕감 받은 뒤 남은 원금을 모두 갚더라도 182만여명에 이르는 미신청자의 채권 매입 가격을 보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행복기금의 전신인 신용회복기금으로 전환되더라도 재원이 부족해 상시적인 채무조정 기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복기금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연체된 1억원 이하 신용대출 채권을 금융기관 4000여곳으로부터 일괄 매입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행복기금이 매입할 부실 채권이 345만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중 32만6000건이 채무조정을 받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했다. 여기에는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금융회사 출연금 등이 재원으로 사용된다.

문제는 32만6000건의 채무조정으로 부실 채권을 매입한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느냐다.

가령 100만원 짜리 부실 채권의 할인율을 90%로 가정하면, 행복기금은 이 채권을 10만원에 매입하고 채무조정 신청자는 최소 50만원(최대 원금 감면 비율 50%)을 10년 안에 갚아야 한다.

이에 따라 행복기금은 40만원(이율 40%)을 남기게 되는데, 1건 당 4건의 부실 채권 매입 가격이 보전되는 셈이다. 32만6000건이 이 같은 이율을 남긴다면 추가로 130만여건의 부실 채권 매입 비용을 보전할 수 있지만, 나머지 182만여건은 행복기금이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한마디로 ‘적자 운영’을 하게 된다.

이는 향후 신용회복기금으로 전환돼 기존 채무조정프로그램을 지원할 재원이 부족해지는 문제를 낳는다. 금융회사가 행복기금의 적자를 보전해줄 것이라는 얘기도 여기서 나온다.

반면 금융당국은 부실 채권 종류에 따라 할인율이 다르게 적용되는 만큼 평균 할인율로 계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채무조정제도를 운영해온 결과 부실 채권 매입 비용을 충분히 보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신용회복기금의 경우 지난 4년간 3780억원 어치 채권을 매입해 4823억원을 회수했다. 행복기금 관계자는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자활 의지가 있기 때문에 회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복기금은 부실 채권이 선(先) 일괄 매입되는데다 채무조정 대상자가 방대하고 도덕적 해이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회수율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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