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물탐구
“다문화 여성 자립 위한 롤모델 필요”
뉴스종합| 2013-04-09 11:33
지원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 탈피
모두에게 희망·답주는 시간됐으면…



“그동안 자립의 기회가 없었어요. 지원의 대상으로만 볼 뿐이었죠.”

지난 6일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자립과 성공의 꿈을 심어주는 ‘꿈드림학교’의 첫 강연자로 나섰던 이자스민(36ㆍ사진) 새누리당 의원의 말이다. 이 의원은 필리핀에서 태어나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고, 영화 ‘완득이’로 알려지기 시작해, 지난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가까이는 일본ㆍ중국에서, 멀리는 러시아ㆍ우즈베키스탄에서 사랑 하나만을 보고 건너온 이들에게 이 의원은 한 명의 국회의원이 아닌, 자신들의 ‘멘토’였다.

이 의원이 ‘꿈드림학교’의 문을 연 것도 이런 까닭이다. ‘꿈드림학교’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지원만 받는 대상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의지를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같은 처지에서 성공한 롤모델을 보여줌으로써 자립과 성공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꿈드림학교 1기 입학생 20명 앞에 처음으로 선 이 의원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한국말이라곤 간단한 인사말조차 몰랐던 그가 한국어를 배우고 통역과 번역 일을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와 정치 한복판에 뛰어들기까지 파란만장했던 경험들이다. 


이 의원은 “19년 전만 해도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곳 하나 없어 드라마와 신문으로 말과 글을 배우고, 또 시장으로 달려가 발음을 익혔다”며 “지금에 최선을 다하면, 다음은 따라올 뿐이다”며 결혼이주여성들의 자립심을 북돋웠다.

이 의원은 “꿈드림학교는 자신의 꿈을 찾고 그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첫 걸음”이라며 “꿈이 있어도 그 꿈이 나의 꿈이 될 수 있는지조차 고민해야 하는 그들에게 희망과 답을 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솔선’은 다른 멘토들의 참여도 이끌어냈다. 지난 6일 이 의원을 시작으로, 국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인 결혼이주여성 전정숙 씨와 서울시 공무원인 팜튀귄화 씨, 새누리당 경기도의회 이라 의원 등이 강연에 동참했다.

이러다보니 가까이는 수원에서, 멀리는 구미와 광주에서 새벽 열차를 타고 여의도에서 열리는 강연에 참석하는 20명 1기 입학생의 열의도 뜨겁다.

러시아에서 온 마리나 씨는 “가족과 내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고 입학 포부를 밝혔고, 중국에서 온 조영란 씨는 “어릴 때 꿈이던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도전에 나섰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고, 이주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실수도 했고 어려움도 겪었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나와 주변의 경험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자립의 시작’이라는 꿈드림학교의 출발점을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 phko@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