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여야, 경제민주화법 처리엔 손발 ‘척척’
뉴스종합| 2013-04-10 11:06
정부조직 개편안, 추경, 부동산대책에서 사사건건 얼굴을 붉혔던 여야가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에서는 손발이 척척 맞았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무더기로 통과한 소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중 상당수가 야당 의원이 발의했거나, 제안했던 내용을 포함했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여야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까닭이다.

10일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야당이 주장했던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형식상으로는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지만, 내용은 야당이 만든 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금융종합투자사업자(IB)의 신용공여 전체 한도를 자기자본의 300%까지로 정했지만 이번 심사과정에서 야당의 의견을 수용, 100%까지로 제한했다. 또 계열사에 대한 대출을 금지하고, 편법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이 우려됐던 분리형 BW발행 조항도 삭제하는 등 야당의 주장을 대폭 수용했다. 김 의원은 “통과된 개정안은 그동안 문제 제기했던 내용을 거의 대부분 반영한 수정 대안 격”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대기업의 부당한 단가 인하나 발주 취소, 반품행위에 대해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토록 한 하도급법안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소위를 통과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에는 그동안 야당 의원들이 주도했던 6개 개정안의 내용이 골고루 담겼다는 분석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가능 범위를 현행 피해액의 2배에서 3배로 늘린 것, 간접 피해까지 적극 보상할 수 있도록 범위를 늘린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처리를 약속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법 등 소위 ‘경제민주화 3대 법안’도 마찬가지로 야당의 의견이 대폭 반영될 전망이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인 박민식 의원은 “앞으로 부당한 일감몰아기주기에 대한 제재, 가맹 매장 리뉴얼 강요 금지 및 비용분담, 전속 고발권제도 개선 등 현안이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도 순차적으로 처리하겠다”며 “여야 간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오는 17일 관련 법안을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모처럼 여야 정치권이 보여준 이 같은 모습에는 6인 협의체를 가동하고, 경제민주화 등 공통됐던 대선 공약을 우선 처리키로 했던 지도부의 합의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을 놓고 싸우면서, 여야 모두 상처를 많이 입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견이 없거나 충분히 조정이 가능한 부분들은 지체없이 처리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조직개편안에 발목 잡혀, 제대로 된 법안 하나 처리하지 못했던 지난 2, 3월 임시국회와는 달리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는 이미 여야가 합의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뿐 아니라 추경, 부동산 대책 등 많은 민생 법안이 무더기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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