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공매도와의 전쟁’ 지분매각 초강수 둔 서정진의 속내는?
뉴스종합| 2013-04-17 11:26
‘엄포 또는 진실?’

서정진(56) 셀트리온 회장이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에 지쳐 경영권을 내놓겠다고 밝혀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자청, 이런 내용의 ‘깜짝선언’을 했다. 17일 시장은 ‘진실’ 쪽에 가깝게 반응했다. 전날과 달리 주가는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한 것. 셀트리온 측이 매각을 선언한 이상 더 이상 주가 방어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서 회장은 “공매도 세력과 이들이 만들어낸 무수한 루머와 싸우는 게 힘들었다. 지난 2년간 공매도 세력의 공격이 계속돼 연구ㆍ개발 자금까지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방어에 투입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하루 전체 거래량의 20%나 되는 공매도가 일어나는데도 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 공매도를 방어할 기관투자자가 많지 않은 코스닥에선 공매도가 금지돼야 한다”며 관계당국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서 회장의 경영권 매각 발표에 대해 시장은 몇 가지 의문부호를 던졌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 3489억원에 영업이익 1970억원을 냈다. 이익률이 무려 56%다. 올해 매출목표는 510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8% 늘려 잡았다. 공매도 세력의 지적에도 일리는 있다. 이런 매출이 실제 판매에 의한 게 아니라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로 잡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회사의 재고자산은 2981억원이나 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 338억원에 영업손실 223억원을 기록했다.

또 국내에서 지난해 7월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품목허가를 받은 ‘램시마’(관절염 치료제)가 예상보다 약효가 낮다는 일부의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 허가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어쨌든 서 회장은 시점상으로는 이런 결과가 나오기 전 매각 방침을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하소연이 사실에서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셀트리온은 첫 공매도가 이뤄졌던 2011년 4월 1일 이후 최근까지 432거래일 동안 공매도가 금지된 20일을 제외하면 412일 동안 공매도가 이뤄졌다. 심지어 공매도 세력과 전쟁을 선언한 16일에도 총 거래량의 5.3%나 됐다.

서 회장의 결심대로라면 허가가 나오는 5, 6월께 셀트리온은 원매자를 찾게 된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유망한 바이오시밀러 회사를 통째로 다국적 제약사에 넘겨주는 ‘국부유출’의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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