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커버스토리] 軍에선 취급 인가받아야 접근 가능…경찰 음어 분실땐 완전히 새로 짜야
뉴스종합| 2013-04-19 10:05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담배’

군 경험이 있든 없든 대부분 국민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 ‘암구호’(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기 위한 암호)는 군대 내에서 암호가 얼마나 보편화돼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국가의 안전을 수호하는 군대와 경찰만큼이나 암호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곳도 없다.

군대 내에서 암호는 군사기밀에 준해 취급된다. 우리나라는 군사기밀보호법과 대통령령인 군사기밀보호법시행령에 따라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 관련 문서, 그림, 전자기록과 물건을 군사기밀로 보호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Ⅰ급, Ⅱ급, Ⅲ급 비밀로 등급을 구분하며, 각급 비밀 지정권자와 세부기준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이중삼중의 출입절차와 잠금장치를 이용해 일반인들의 접근도 철저히 차단한다.

등급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분류되는데, 군사 Ⅰ급비밀은 치명적인 위험을, Ⅱ급비밀은 현저한 위험을, Ⅲ급비밀은 상당한 위험을 끼칠 것으로 명백히 인정되는 가치를 지닌 정보다.

암호화와 관련해서는 암호화 프로그램, 군용 암호자재가 Ⅱ급비밀에, 군용 음어자재가 Ⅲ급비밀에 해당한다. 따라서 군에서 암호는 신원조회 등을 거쳐 Ⅱ급 및 Ⅲ급 비밀취급 인가를 가진 자만이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완벽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북한의 암호체계 해독은 안보기관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인데, 북한 재외공관 문서를 근거로 한 김정은 후계설과 천안함 사태 직후 북한군의 통신암호 분석을 토대로 한 북한군의 동향이 국회에서 공개돼 논란이 됐다.

또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윌리엄 아킨은 지난 2005년 자신의 저서에서 북한과 중국에 대한 모스(Morse) 부호 감청 작전인 ‘스키비(SKIVVY) 9’, 해군의 다목적 전장 파악 기술인 ‘스파르탄(SPARTAN)’ 등 한ㆍ미가 운용 중이거나 운용했던 50여개의 암호명을 공개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경찰에서도 보안을 위해 ‘음어’라고 불리는 암호를 사용한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이 쓰는 음어는 둘*순*(112순찰차), 미*(경찰서장), 알*(알았다), 종*(가고 있는 중), 구*(지구대장), 1*(빨리) 등 다양하다.

무전을 통할 때는 음어를 쓰는 게 원칙이다. 보안을 유지하는 이유뿐만 아니라, 무선통신으로 많은 내용을 전달하면서도 신속히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음어는 보통 짧게 축약돼 쓰인다.

경찰이 쓰는 암호인 ‘음어자재’는 경찰서 각 부서, 지구대 등 기능별로 비치돼 있다. 이는 전부 원본이며 복사는 불가능하다.

순경, 의경 등이 음어를 공부할 시에는 수기로만 복사가 가능하다. 물론 이 수기 내용도 폐기해야 한다. 이 음어는 주기적으로 바뀌기도 하고, 정부 주요 행사가 있을 때는 일부는 바뀌어 사용된다. ‘음어자재’를 분실했을 경우나 유출됐을 경우는 전부 새로 짜야 한다. 


신대원ㆍ박병국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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