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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의 晩時之‘彈’…또다른 의미 알랑가몰라
뉴스종합| 2013-04-19 11:18
박근혜 대통령이 신속한 국정을 주문하면서 인용한 ‘만시지탄(晩時之彈)’이 화제다. 원래 탄식할 ‘탄(歎)’의 자리를 총알 ‘탄(彈)’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인데, 언뜻 뜻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곱씹어 보면 오묘한 뜻이 배어나온다.

원래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뜻은 ‘때늦은 탄식’인데, 단순히 탄식을 총알로 바꾸면 ‘때늦은 탄환’이란 뜻이 된다. 다시 뜻을 풀면 ‘뒤늦게 쏜 탄환’이란 뜻인데, 의역하면 ‘제때를 놓쳤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다급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탄(彈)’은 다른 의미도 있다. 명사로는 총알이란 뜻이지만, 동사로는 ‘쏘다’ ‘튕기다’ ‘연주하다’ 외에 ‘힐난하다’ ‘바로잡다’라는 의미도 갖는다. ‘규탄(糾彈)’ ‘탄핵(彈劾)’에 쓰인 경우다.

이 두 번째 의미군으로 해석하면 ‘때가 늦었음을 힐난하다’ 정도가 된다. 취임 후 50여일이 지난 뒤에야 정부 구성이 끝났는데, 왜 이리 오래 끌었는지 국회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전달한 듯 보인다.

그리고 이를 다시 뜻을 넓혀 해석하면 ‘늦지 말라고 질책하다’로 풀 수 있는데, 각료들에게는 ‘이미 꽤 늦었으니 굼뜨지 말고 신속하게 움직이라’고 주문한 게 아닐까.

박 대통령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는 물론 중국어에도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시지탄(晩時之彈)’에서는 한문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엿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인사들도 모두 학자, 전문관료 출신으로 높은 지적 능력을 가진 만큼 대통령의 숨은 뜻을 모두 이해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향점은 노자 도덕경에 나온 ‘안거낙업(安居樂業)’이라고 한다. 탄도미사일과 핵폭탄을 앞세운 북한의 안보위협과 경기침체로 인한 국민생업의 불안이 깊다. 만시지탄(晩時之彈)의 ‘채찍’으로 출발한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을 제때 안락(安樂)의 길로 이끌어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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