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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귀국 종용 진실공방, 하루 뒤에야 사실 안 朴…청와대, 위기 대응 능력 있나?
뉴스종합| 2013-05-12 13:04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청와대의 위기 대응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대사관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혐의을 받는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시했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이 하루 뒤에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된 점도 논란이 되면서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성추행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귀국을 종용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윤 전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하림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사건 직후 허둥지둥 자진귀국했다는 청와대 측의 설명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는 10일 “미국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는 수도 있고, 수사공조 체제가 돼 있으니 귀국해서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방미팀의 설명을 듣고 윤 전 대변인이 스스로 귀국길에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이남기 홍보수석이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잘못이 없는데, 왜 제가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된단 말인가. 그럴 수 없다. 제가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수석이 “1시반 비행기를 예약해놨으니 핸드캐리 짐을 찾아 (미국을) 나가라고 말했다”는 것.

이에 대해 이 수석은 같은 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상하원연설에) 들어갈 시간은 가까워오고 해서…”라며 “그때 정황상 100% 기억나진 않지만제가 귀국하는 게 좋겠다거나 얘기한 건 없다”고 말했다. 특히 1시반 비행기를 본인이 예약했다는 윤 전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이 수석이 실제로 귀국을 명령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성추행 혐의로 미국 수사당국의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피의자를 청와대가 나서서 도피시켰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외교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대통령에게 사건이 보고된 시점도 논란거리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 경찰로부터 사건을 보고받은 미 국무부는 이날 오후 최영진 주미대사에게 ‘수사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이 수석과 윤병세 외교장관으로부터 사건을 보고 받은 것은 9시 정오가 되서다. 그 사이 윤 전 대변인은 이미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통해 귀국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조사까지 받았다.미 상ㆍ하원 합동 연설을 앞둔 대통령이 중대한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을 24시간 이상 몰랐다는 얘기다. 청와대를 책임진 허태열 비서실장은 방미단이 귀국길에 올라서야 보고를 받았다.

이 수석은 은폐 의혹에 대해 “바로 보고드릴 시간이 없었다는 게 거짓말 같을지 모르지만 정말 시간이 없었다”며 “8일 워싱턴 행사 일정이 제일 복잡해 10분마다 장소를 옮기고 (그런 상황이었다)”라고 해명했다. “가능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어 그날 저녁에 보고드리려 했지만 대통령 일정이 너무 바빠 다음날 아침에 보고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수석이 사건의 위중함에 걸맞은 정무적 판단을 내리는데 미숙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방미팀이 이 사건이 공론화할 경우 박 대통령의 방미일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자체판단에 따라 보고시점을 늦추며 귀국 때까지 상황을 관리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야당은 청와대를 강하게 질책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개인이 아닌 정권 차원의 문제로 규정하고 이 수석 등 지휘라인의 문책과 진상 규명,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문제의 핵심은 윤 전 대변인이 고위공직자이자 대통령의 입으로서 품위를 해치는 행위를 했는지, 그 과정에서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과연 책임 있는 조치를 다했는가다”라고 지적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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