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신이 조명한 우리 사회 性차별 문화
뉴스종합| 2013-05-15 11:19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외신들이 거듭 날을 세우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태껏 어둠으로 남아 있는 우리 사회의 성적 차별문화에 대한 비판이 그 주류다. 국가위상은 급성장했지만 성적 차별은 과거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비민주적인 요소로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는 따가운 지적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엊그제 한국에는 젊은 여성에 대한 성추행을 사소한 일로 여기는 경향이 고위층 남성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데 대해 일반 한국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격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기관과 기업들이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 및 성추행 방지교육을 시작했지만 남자 상사들이 회식자리에서 젊은 여성을 더듬고(grope)는 “취해서 그랬다”며 발뺌했다는 이야기를 흔하게 들을 수 있다고도 전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도 AFP통신을 인용, 한국의 성 평등은 세계 135개국 중 108위로 아랍에미리트(UAE)보다 한 단계 낮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여성들은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주의에 직면해 있으며, 성별 간 소득 격차가 크고 여성들이 기업이나 정치권에서 고위직에 진출할 기회도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뭉뚱그려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달리 변명의 여지도 없다.

더 민망한 것은, 이번 사태를 나라 안팎에서 워낙 대서특필하고 인터넷 블로그들이 나라 망신을 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에 한국 사회에서는 더 이상 성적 추문에 대해 발뺌이나 변명의 여지가 없어졌다고 비꼰 부분이다. 정작 더 아픈 것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성폭력을 4대 사회 악의 하나로 언급했는데도 이번 고위공직자의 추잡한 성추문이 터졌다며 비꼰 대목이다. 가수 싸이 등 한류스타들이 어렵사리 일궈놓은 금자탑을 추잡한 성추문으로 일거에 까뭉개고 말았다는 비판을 졸지에 감수해야 하는 우리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때마침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성 접대 로비에 동원된 여성이 총 30여명에 이르고, 이 중 5명의 여대생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동원됐으며, 또 다른 여대생 2명은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을 접대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러니 대한민국을 ‘성적 미개국’으로 분류해도 달리 대적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별장 성 접대 사건은 성폭행에다 최음제 강제 복용 등 사안이 중대한 만큼 전모를 있는 그대로 다 밝혀 추잡한 성문화를 근절하는 각별한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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