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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꼬처럼 살다 다시 결혼식 올리고…
뉴스종합| 2013-05-20 11:27
20살에 만나 60여년간 해로
‘리마인드 결혼’ 부부애 확인



“부부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요즘 할아버지가 만약 먼저 떠나버리면 어쩌나 항상 고민해요. 만약에라도 나 혼자 남으면 감당을 못할 것 같아요.”

“물어보나마나 할머니가 있는 게 좋지. 할머니가 없으면 살맛 안 날 것 같아. 이런 표현 평소에 안 해도 속으로 다 아는 거지 뭐.”

부부생활 61년째. 결혼생활로만 환갑을 맞이한 노부부가 있다. 최기선(89), 정보옥(81ㆍ여) 부부는 지난 8일 서울 송파구청이 주최한 리마인드 웨딩에 참여한 최고령 ‘커플’이다.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 자택에서 만난 정 씨는 “나이 먹어서 다시 결혼을 했다 생각하니 마음이 새롭다”며 수줍게 말했다.

이북 출신인 최 씨는 6ㆍ25전쟁 당시 인민군에 지원해 혈혈단신으로 한국으로 내려온 후 귀순했다. 당시 20살이던 정 씨와는 중매를 통해 만났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친척 말에 1952년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결혼 후 부부의 삶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직업군인이던 최 씨가 중사로 제대한 후 먹고 살기 위해 부부는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정 씨는 “남가좌동에서 쪽방을 얻어 서울생활을 시작했다”며 “남편은 일용직 노동자로, 나는 과일행상, 꽃장사를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최 씨 부부는 부동산업을 통해 한때 재산을 모아 성남에 작은 집을 마련하고 상가도 지었지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말았다.

쫓기듯 찾아온 이곳 송파구의 연립주택에서 부부는 청소일 등을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지만 부부는 지금의 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둘이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정 씨는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서로가 신경 쓰면서 함께 고민하고 도와주고 있어 남부러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슬하에 아들만 다섯을 둔 부부는 어려운 환경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점이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말자는 마음으로 더욱 의지하며 함께 살고 있다” 라고 말했다.

서상범ㆍ신동윤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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