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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복서’ 박근혜
뉴스종합| 2013-06-03 11:37
“장점 서서히 드러내는 스타일”
패션코드속 철저히 계산된 메시지




“초반에는 상당히 인사문제 때문에 많이 흔들리는 모습 보였지만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원래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초반에는 잘 안보이다 나중에 드러나는 아웃복서 스타일이다. 서서히 개선되고 나아질 것으로 본다.”

최진 대통령 리더십연구소장은 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이렇게 평가했다.

동북아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은 소신과 철학의 단호함과 함께, 여성의 유연하고 부드러움으로 사회 갈등을 원만하게 풀어야 한다는 이중적인 리더십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 취임 100일(4일), 남성 중심의 한국 정치는 알게 모르게 많은 변화를 겪었다. 

여성 연예인의 전매특허인‘ 완판녀’라는 별칭이 대통령에게 붙은 것은 변화의 단면이다. 흰색 와이셔츠에 군청색 넥타이, 무채색 계열의 양복으로 상징됐던 대통령 패션은 일대 혁명을 맞았다. 대통령의 의상과 액세서리, 지갑 같은 소품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마거릿 대처, 재클린 케네디, 힐러리 클린턴 같은 해외 여성 리더들처럼 박대통령의 패션에서 메시지를 읽는 재미(?)도 생겼다. 패션 업계는“ 박 대통령이 우리나라 상품을 전 세계에 알리는 최고의 아이콘”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반대로 흡연과 음주, 골프 같은 남성 대통령 때 관심사는 더 이상 대통령의 연관 검색어가 아니다. 청와대 참모나 출입기자들과의 자연스런 소통방식이었던 북한산 산행도 아직은 없다. 


유행을 선도하는 대통령의 패션은‘ 정치학’의 영역까지 침범해 박 대통령이 입은 옷 색깔은 국정의 향방을 점치는 나침반(?)이 됐다. 지난 2월 25일 취임식 당일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옷을 갈아입었다. 올림머리와 바지 정장, 브로치라는 기본적인 틀은 변하지 않지만 박대통령의 옷 색깔엔 철저히 계산된 정치철학과 메시지가 담겨 있다.

화사함과 엄숙함, 전통문화(한복) 등 시계를 넘나드는 패션으로 할 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정부조직법 지연으로 국정이 표류하고 있던 지난 3월 4일 첫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당시 박 대통령은 짙은 녹색 재킷에 회색 바지 차림으로 마이크 앞에섰다. 평소에 하던 브로치는 빼는 등 액세서리가 하나도 없었다.“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입니다”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만자가 넘는‘ 깨알’ 같은 섬세한 주문은‘ 여성 대통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첫째, 둘째…”로 시작하는 빼곡한 주문은 일방 통행식 주문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성 대통령의 꼼꼼함이 묻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 분홍색을 원하는데 빨강이 뭔 의미가 있겠어요” 같은 어법은 부드럽지만 현장중심의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강한 주문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새벽부터 현장을 누비는 대통령에게 익숙한 국민들에게 박 대통령의 늦은 업무 스타일은 익숙지 않다. 모든 공식 일정이 오전 10시에 시작하듯 행정 일선에서는 국정시계가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100일은 5년생 정부의 디딤돌과 같은데,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 등 국정 전반이 대통령
만 쳐다보고 긴박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참모들만 재촉할게 아니라‘ 공약가계부’에서처럼 치밀하고 박진감
있게 국정이 힘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이와 관련,“ 패션정치, 패션외교는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장점이 잘 드러난 부분”이라며“ 외형적으로도 부드럽고 딱딱한 분위기 많이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그러면서도“ 다만 외형적인 부분에서만 그치지 말고 내적으로도, 여야나, 국민에게도 여성적인 부드러움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석희ㆍ신대원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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