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제윤 위원장의‘ 口治금융’
뉴스종합| 2013-06-03 11:16
금융지주회장 인선 코앞인데…
“관료출신도 KB지주회장 가능”

“외압 스스로 행사” 우려 목소리
KB노조 ‘결의대회’ 즉각 반발

민병덕·이동걸·임영록·최기의
회추위, 최종 후보 4명 선정



취임 직후 ‘정치금융’을 맹렬히 비난했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구치(口治)금융’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 위원장의 최대 임무인 ‘금융권 4대 천왕’을 잇따라 퇴진시키면서 후임 인사에 ‘입’으로 개입하는 정도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것.

‘오럴리스크’의 절정은 지난 1일 출입기자 산행간담회에서다.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5일)을 나흘 앞두고, 신 위원장은 “관료 출신도 금융지주 회장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유력 후보자인 임영록 KB금융 사장을 언급했다.

신 위원장은 “임 사장의 경우 외부인사라고 보기도 애매하다”고 덧붙였다. 임 사장은 행정고시 20회 관료 출신으로, 지난 2010년 8월부터 KB금융에 몸을 담고 있다.

KB금융은 정부 지분이 단 1%도 없는 순수 민간금융회사로, 금융당국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후보자를 언급한 경우도 드물다. 이는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는 그의 신념을 무색하게 하는 발언이다.

금융권에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금융회사의 인ㆍ허가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를 모를리 없는 신 위원장은 ‘자가당착의 오류’에 빠진 것이다.

이 때문에 신 위원장의 구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A은행 관계자는 “신 위원장의 언행은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 배제 방침과 정면 배치된다”면서 “외압을 차단해야될 사람이 스스로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도 즉각 반발했다. KB노조는 3일 오전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 앞에서 ‘관치금융 저지를 위한 긴급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같은 시간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4차 회추위를 열고 최종 인터뷰 대상 후보자 4명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민병덕 국민은행 행장, 이동걸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임영록 KB금융 사장, 최기의 KB카드 사장이 포함됐다. 회추위는 후보별로 90분 가량의 심층 면접을 통해 이사회에 추천할 회장 후보 1인을 이르면 5일 내정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회장 인사 검증이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명분 만들기’로 왜곡되고 있다”면서 “민간금융회사로서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회추위의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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