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유일한 내부 승진 장관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 2개월 만에 큰 시험대에 올랐다. 산업부의 해묵은 골칫거리인 전력난 때문이다. 부품 비리에 따른 원전 가동 중단으로 올여름에는 블랙아웃(대정전)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전력 예비율이 위험 수위까지 떨어지면서 매일 전력경보가 예상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통 관료인 윤 장관은 정치인이나 학자 출신과 달리 빠른 실무 적응력을 보여줬다. 성격도 에두르는 것 없이 직설적인 현장형 CEO 스타일이다. 아랫사람들로서는 깐깐한 장관일 수밖에 없다.
전력난에 맞서는 대응책도 전임 장관과 사뭇 다르다. 지난해 여름 홍석우 전 장관은 사무실에서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발을 담근 채 회의를 하고 결재를 하기도 해 화제가 됐었다. ‘(에너지를) 아끼고, (더운 온도도) 사랑하고, 가볍게 입고, 자~뽑자 플러그’의 앞글자를 따 ‘아싸가자’라는 구호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윤 장관은 최대한 밖으로 돌아다닌다. 한전과 전력거래소를 수시 방문해 긴장감을 주고 과천 사무실로 들어갈 때면 유관 실ㆍ국에 전력 관련 시간별 정확한 수치보고를 계속 주문한다. 최근에는 연구ㆍ개발(R&D) 관련 부서에 에너지 절약 관련 기술력들을 한데 모아보라는 지시를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호소보다는 어떻게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전력난은 불량 부품을 사용한 원전으로 촉발됐다. 부품구매 구조의 폐쇄성이 지적되면서 이익 사슬로 연결된 ‘원전 마피아’들의 추악한 부패 행태가 검찰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원전 소관 부처도 산업부이고 전력수급대책을 해결해야 할 곳도 산업부다. 모두 윤 장관의 몫이다. 위기의 윤 장관이 이를 해결할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다. 장관의 힘이 가장 세다는 정권 초, 윤 장관이 강도 높은 의지와 치밀한 추진력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에너지 유관기관들이 환골탈태할 수 있다. 최근 2년 동안 국민들은 여름과 겨울 1년 가운데 절반 이상을 매일 전기가 끊기게 될지 노심초사하며 살아왔다.
만일 그 원인이 정부의 무능과 비리 때문이고 이를 도려내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약해보인다면 국민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윤 장관의 시험대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박근혜정부의 진정한 첫 위기관리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