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 것도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딱히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아직 희망은 있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의 100일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는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창조경제, 경제민주화를 강조했지만 아직은 딱히 손에 잡히는 게 없다는 얘기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꼭 한 달 만에 장ㆍ차관급 인사 6명이 중도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국정운영이 안정을 되찾아 가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52~65%를 얻었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박 대통령이 3개 과목(외교ㆍ안보, 정치ㆍ경제, 인사행정)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얻고 있는 과목은 외교ㆍ안보 분야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북한의 정전협정 파기,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 발사 위협, 개성공단 잠정폐쇄 등 계속되는 위협에 대해 단호한 원칙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갔다는 평가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선 한 치 양보 없는 메시지를 쏟아내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잠정 폐쇄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간 대화를 제의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고 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등 외교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두각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초 미국 순방 당시엔 한ㆍ미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글로벌 파트너로 끌어올리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북ㆍ중 혈맹관계의 틈을 벌리고 한ㆍ중 글로벌 파트너 관계의 농도를 강화했다.
하지만 외교ㆍ안보는 여전히 미완성의 그림 속에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살을 붙여야 할 뿐 아니라, 개성공단 해법과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일본의 우경화 등 이제부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창조경제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격이다. 창조경제를 통해 추격형 경제모델에서 선도형 경제모델로 바꾸고, 과학기술과 다른 산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여기서 ‘고용률 70%’를 이끌어 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정부조직법이 미래창조과학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을 당시 미래부 만큼은 절대 내줄 수 없는 사선이라고까지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따라가다 보면 ‘공정경쟁’으로 정의되는 박근혜식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의 멍석을 깔기 위한 방법론의 일부분이다.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처럼 창조경제를 위해선 모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부 대기업의 과도한 횡포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실패=영원한 패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방망이를 휘두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경제민주화는 신기루처럼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4월 1일 부동산 대책, 16일 추가경정 예산안 발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입법, 5월 1일 투자활성화 대책, 15일 벤처활성화 대책 등 관련 대책들은 봇물을 맞았지만 일회성에 그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박 대통령이 3개 과목 중 가장 초라한 점수를 받고 있는 부분이 인사행정 과목이다. 국민 10명 중 8명은 박 대통령이 인사검증 시스템 등은 고쳐야 한다며 낙제점을 주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특히 ‘윤창중 성희롱 사건’으로 인해 청와대는 나흘 동안 무려 세 번의 사과를 해야 했다. 허태열 비서실장이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연단에 올라 대국민 사과문을 읽었고, 박 대통령도 다음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유감의 뜻을 표명해야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인사 검증 제도 강화를 재차 약속해야만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이와 관련, “초반에는 상당히 인사문제 때문에 많이 흔들리는 모습 보였지만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원래 박 대통령 리더십 스타일이 초반에는 잘 안보이다 나중에 드러나는 아웃복서 스타일이다. 서서히 개선되고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특히 인사와 관련해 참신하고 과감한 인물을 영입하고 문제 있는 것은 즉각 조치하는 모습 안보이면 제2, 제3의 윤창중 사태 불러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석희ㆍ신대원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