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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양적완화 ‘출구론’에 뒤틀린 금융시장
뉴스종합| 2013-06-05 10:14
경제지표 부진에도 거꾸로 증시는 상승…채권왕 “금융시스템 백혈병 환자 같다” 맹비난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미국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기지표와 반대로 움직이는 ‘청개구리’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의 척도가 경제지표가 아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시점에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발언이후 금융시장이 온통 뒤틀려 버린 모양세다.

이에 ‘채권왕’ 빌 그로스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백혈병 환자같다”고 비난했고, 시장은 출구전략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상식 벗어난 금융시장=Fed의 양적완환 출구론은 주식, 채권, 달러 시세의 방향성을 교란시키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경제 바로미터인 증시는 지표가 개선되면 오르고 부진하면 떨어지는 것이 정석이지만, 최근 뉴욕 증시는 그 반대 상황이 연출하고 있다.지표가 부진하면 출구전략 가능성이 낮아져 주가가 오르고, 지표가 호전되면 조기 시행 우려로 주가가 떨어지는 식이다. 


지난달 31일 뉴욕증시는 5월 소비자심리지수(84.5)와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58.7)의 대폭 상승에도 1.4% 하락하더니, 지난 3일에는 이와 반대로 5월 제조업지수(49.0)가 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음에도 오히려 0.92% 상승 마감했다.

환율은 더 오리무중에 빠졌다. 미국 주가가 오르면 달러는 강세가 돼야 하지만 3일 다우지수는 상승했는데도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다우 공업주 30종 평균이 5월 제조업지수 하락 발표 직후 급락하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파는 손길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의 혼란은 일본에 직격탄을 날렸다.

디플레 탈출을 위해 엔저와 초저금리로 무장한 아베노믹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일본은 미국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약달러-엔고 장세가 펼쳐질까 걱정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양적완화 종착점이 머지 않았다는 분위기가 확산돼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 안전자산으로 알려진 엔화를 사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은 그때 그때 국채금리와 주가에 끌려가기 쉽다”고 우려했다.

▶그로스 “버냉키가 문제”=‘채권왕’ 빌 그로스는 이같은 금융시장 혼란에 대해 “백혈병 환자 같다”며 금기시 돼오던 Fed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그로스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4일(현지시간) ‘상처받은 마음(wounded heart)’이라는 제목의 6월 투자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은 뉴에이지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백혈병 환자를 닮아가기 시작했다”며 지적했다.

그는 “버냉키 재임 5년 동안 실질 경제는 2.5%보다 빠른 성장을 보인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Fed의 정책이 솔루션이라기보다 문제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미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출구전략을 시행할 만큼 체질이 강화됐는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양적완화 출구전략 조건인 ‘에반스 룰’에 미치지 못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내놓은 ‘에반스 룰’은 출구전략 요건으로 실업률 6.5%, 물가상승률 2.5%를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 미국 경제는 실업률 7.5%, 물가상승률 1.7%로 이 목표치와는 거리가 있다.

특히 개인 소비를 좌우하는 실업률은 아직 7%대로 목표치인 6.5%에 도달하는 시점은 2014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재정적자도 복병이다. 미국이 시퀘스터(자동예산감축)로 지출을 강제 삭감하게 되면 미국 경기는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JP모간체이스는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이르면 9월, 가장 유력한 시점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이다”고 전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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