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차명계좌 증여추정과 소급과세 금지
뉴스종합| 2013-06-11 11:10
차명계좌에 입금된 자금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차명계좌 명의 대여자와 사용자, 금융기관 관련자 모두를 형사 처벌하는 방향으로 차명계좌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차명계좌를 매개로 한 지하경제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신설된 ‘차명계좌 증여추정’ 규정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하면 자금 수유자가 차명계좌에 자금을 입금한 경우 입금 시점에 차명계좌 명의자가 입금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예컨대 부친이 자녀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면서 3억원을 입금한 경우 과세관정은 자녀가 부친으로부터 3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 자녀에게 증여세 4400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함부로 금융계좌 명의를 빌려줬다가는 증여세 폭탄을 맞게 된다.

차명계좌 증여추정 규정이 신설되기 전에는 과세관청이 차명계좌 명의자가 자금을 인출해 사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었다. 증여세 과세요건의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자금의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차명계좌에 자금이 입금된 시점부터 증여로 추정한다. 이 경우 차명계좌 명의자가 증여받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증여세 과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와 같은 차명계좌 증여추정 규정은 2013년 1월 1일 이후 증여세를 신고하거나 결정 또는 경정(更正)하는 분부터 적용하도록 돼 있다. 납세자가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 과세관청은 증여세 신고납부기한(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이 지난날부터 15년 내에는 언제든지 증여세를 결정 또는 경정할 수 있으며, 이를 ‘부과제척기간’이라 한다.

과거에 금융계좌 명의를 빌려준 국민까지 장기간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여기서 쟁점은 차명계좌 증여추정 규정의 적용시기가 ‘소급과세’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국세기본법은 ‘국세를 납부할 의무가 성립한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에 대해서는 그 성립 후의 새로운 세법에 따라 소급해 과세하지 아니한다’는 소급과세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차명계좌 관련 증여세 납부의무는 차명계좌에 자금을 입금한 날(위 사례의 경우 2003년 4월 30일) 성립한다. 그러므로 2012년 12월 31일 이전에 차명계좌에 입금된 자금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는 이미 2012년 12월 31일 이전 성립했다.

여기에 201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차명계좌 증여추정 규정을 적용, 증여세를 과세한다면 소급과세에 해당하며, 국민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차명계좌 증여추정 규정은 2013년 1월 1일 이후 차명계좌에 입금하는 분부터 적용하는 게 적법하다.

한편 금융실명거래법이 시행된 지 16년이 지난 현재도 차명계좌는 탈세를 비롯한 각종 탈법과 불법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금융실명거래법상 차명계좌에 대해 아무런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차명계좌에 입금된 자금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차명계좌 명의 대여자와 사용자, 금융기관 관련자 모두를 형사 처벌하는 방향으로 차명계좌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차명계좌 증여추정 규정의 실효성이 확보되고 세수도 늘어난다. 그리고 차명계좌를 매개로 한 지하경제도 줄일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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