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세종)=하남현 기자] 시작하자마자 벌써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 얘기다. 국무총리실이 처음 세종시로 자리를 옮긴지 불과 6개월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종시는 이제 ‘유아’단계다. 그런데 사실상 세종시라는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더 자랐어야 했다. 10개월을 채우지 못한 채 성급히 세상밖으로 던져졌다. 교통, 교육, 주거환경 등 모든 것이 미성숙됐다. 미완성 세종시의 6개월을 겪어낸 이들이 말하는 ‘한계’는 실상 잘못 꿰매진 첫 단추를 의미한다.
세종시는 현재 ‘1단계 완료, 2단계 준비’ 상황이다.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8개 부처가 자리했다. 오는 11월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6개 부처와 10개 소속기관을 세종청사로 추가 이전한다. 내년에는 4개 중앙행정기관과 2개 소속기관이 세종시로 옮겨와 정부 부처 이전을 완료한다는 것이 정부의 청사진이다.
차질없는 부처 이전 여부와 별도로 세종시가 거주자들을 맞아들이기에는 준비가 너무도 부족하다. 세종시의 주요 주거자인 공무원들에게 지난 6개월 세종시는 ‘졸속’과 다름아니다.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끼니 해결을 위해서는 아직도 ‘전쟁’을 치러야 한다. 5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하는 세종청사내 구내식당의 수용인원은 약 2000여명에 불과하다. 근처 건설현장 식당(함바집)을 제외하면 걸어가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도 없다. 그래서 오전 11시30분만 되면 긴 줄이 식당밖으로 나와있다. 그렇지않으면 차를 타고 20~30분을 지나 인근 대전, 공주 등으로 ‘원정’을 가야한다.
사무실에서는 ‘새집 증후군’으로 고통받아야 했다. 완공된지 불과 한달밖에 안된 건물에 입주했기 때문이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입주 초기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교통은 여전히 불편하다. 지하주차장이 없는 청사 곳곳에는 위태롭게 놓여진 ‘편법 주차’ 차량들로 가득차 있다. 시내버스는 한 번 놓치면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문화생활, 쇼핑 운운은 사치에 가깝다. “참고 살기에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아직도 황량한 정주여건이지만 지난 12월과 비교하면 그나마 나아졌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청사내에 외부식당, 패스트푸드 점 등이 최근 들어섰고 인근 첫마을에 식당이 하나둘 생기면서 그나마 지근거리에 끼니를 해결할 곳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오송~세종청사~대전을 잇는 BRT(간선급행버스)가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하기도 했다. 세종시 외곽이나 서울 등으로 향하는 교통편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청사 인근 아파트 및 상가가 속속 완공되면 점점 체계가 잡힐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세종시의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당장 올 11월 이후 정부부처가 추가로 세종시에 들어서면 ‘교통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염려하는 이들이 많다. 세종청사 부근 주요 도로가 2차선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곳 공무원들이 가장 이해못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폭설이라도 내리면 “퇴근 못하는것 아니냐”는 근심도 나온다.
정주여건을 당장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부터라도 그간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고 차근차근 제대로 기본을 밟아야 한다고 세종 청사 이전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지 않으면 ‘행복도시’ 세종시의 ‘한계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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