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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수백조 기초연금 얘기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김상균 위원장의 ‘입’
뉴스종합| 2013-06-12 08:02
[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기초연금을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줄 것인지, 아니면 고소득 노인은 대상에서 제외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5월 올해 67세인 김상균(사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해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그리고 정부, 사용자, 근로자, 지역, 세대 대표 등을 참여시켰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해 달라는 주문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위원회는 비공개로 시작합니다. 주 1회 열리는 회의는 오전 7시30분에 시작해 굉장히 치열하게 진행된다고 합니다. 비공개인지라 사진기자들이 몇 분에 걸쳐 사진을 찍는 게 전부이고, 위원회 멤버와 보건복지부 공무원 몇 명을 제외하고는 회의장에서 나와야 합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내부 보안이 철저해야 하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김상균 위원장의 입(口)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외부에 얘기하고 다닌다 합니다.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고소득 층에는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부터 시작해, 가이드라인으로 소득 하위 70~80%에만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의견까지 내놨습니다.

한 개인이 아니라 어떤 위원회의 위원장이 된 이상 사견은 사견이 아닙니다. 위원장의 사견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사견이 아니라 위원회의 공식 의견처럼 받아들여집니다. 말(言)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일 4차 회의를 가진 위원회는 앞으로 4차례 정도의 회의를 더 갖고 최종안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추가로 아침 식사까지 해 가며 회의를 가질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들러리(?)로 보이는 사용자, 근로자, 지역, 세대 대표 등의 의견은 안중에 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미 김 위원장의 안(案)대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소수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위원장’(長)이라는 자리의 위엄에서 찍어 내리는 사견은 이미 위원회의 의견인 듯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고, 오히려 소득 하위 40%에 있는 노인에게 당초 계획했던 월 20만원보다 많은 기초연금을 지급해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소수의견, 다름의 의견은 묵살됩니다. 이유는 수장의 강한 사견 때문입니다.

원래 수장은 절제된, 많지 않은 말을 해야 합니다. 여러 의견을 듣고, 조율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말을 많이 하고, 밖에 자신의 사견을 떠들고 다니라고 장으로 임명한 것이 아니겠죠. 그것도 그렇게 비공개라고 강조한 회의 내용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 안되는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김 위원장의 말들을, ‘사견’이라며 뒷치닥거리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관련 공무원들은 김 위원장이 한 말이 맞느냐, 정해진 것이냐, 고소득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느냐 등에 대한 질문에 “아직 정해진 게 아니라…”라는 말을 하며 곤혹스러워하고 있을 뿐입니다.

기초연금은 경제적 삶이 어려워진 65세 노인들에게 최소한이라도 살아갈 수 있게 현금을 주는 것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주는 것이라 현재는 물론 미래의 세대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수장이 떠들고 다니면 안되는 거겠죠.

보건복지부 추계로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최대 월 20만원씩 주려면 2060년까지 약 360조원의 예산이 든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합니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최대 월 20만원씩 지급하려면 약 252조원의 예산이 필요한다고 하죠.

이마큼 중요한 사안입니다. 한 두푼의 일이 아니라 수백조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죠.

그러니 조금 더 신중해야 합니다. 더 치열하게 그 예산을 세금으로 부담해야할 미래 젊은 세대들을 위해 고민해 봐야 합니다.

위원장 개인의 의견이 필요했다면 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없었겠죠. 그냥 위원장에게 의견을 구하면 됐을 겁니다.

그러니 김 위원장께서 좀 더 진중했으면 합니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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