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삼성은 ‘김민정’ 을 좋아해!
뉴스종합| 2013-06-14 11:29
사내 게시판 ‘싱글’ 직원대상 이름조사
25만7000여명 중 235명이 동명이인
1위~5위 모두 한국인 최다姓 김씨 눈길

이건희 20명-이재용 44명 근무중
사고예방 위해 메일에 닉네임 설정
여성사원 동원예비군 편성 해프닝도



25만7047명. 지난해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전체 직원 수다. 흔히 재벌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43개 기업집단의 전체 직원 수 121만명 중 5분의 1이 삼성그룹의 직원이다. 지난 몇 년 새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의 테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직원 수도 그만큼 빠르게 늘었다. 웬만한 중소도시의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다. 물론 글로벌 삼성인 만큼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외국인이다. 국내 임직원은 13만명 정도다.

사람이 많다보니 이름이 같은 직원도 부지기수다. 그럼 삼성그룹에 가장 많은 이름은 뭘까.

삼성의 사내 게시판인 ‘싱글’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이름은 ‘김민정’이다. 235명의 김민정 씨가 삼성에서 일하고 있다. 주로 여성이 많이 쓰는 이름이다. 생산인력이 많은 회사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민정 다음으로는 ‘김민수’ ‘김동현’이라는 이름이 각각 217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4위는 김지영(214명), 5위는 김지혜(191명)였다. 1위에서 5위까지 모두 한국인 최다 성 씨인 김 씨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름이 같으면 회사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많다. 특히 사내 메일이나 메신저 아이디를 만들 때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원치 않은 사람에게 메신저를 보내거나 메일이 잘못 보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싱글은 ‘다른 계열사의 대학 동기인 이혜민 사원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려다 같은 부서의 이혜민 과장에게 말을 건 김삼성 사원’ ‘예비군 중대의 실수로 동원예비군 편성되었다는 메일을 받은 2012년 입사한 여성 신입사원 김동욱’ 등의 예를 들었다.

이름이 같아 헷갈리는 것을 막기 위해 메신저나 메일 아이디 검색 시 ‘닉네임(별칭)’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삼성에는 3명의 차정환 씨가 있는데, 각각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지사’라는 재치있는 닉네임을 쓰고 있어 눈길을 끌기도 한다.

수많은 동명이인을 이용한 삼성 직원만의 재미있는 문화도 있다.

젊은 동료 직원끼리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동명이인의 숫자를 이용해 가벼운 점심값 내기를 하는 경우다. 예컨대 그날이 25일이면 각자 ‘홍길동’ ‘김철수’ 식으로 생각나는 이름을 하나씩 댄 후 이를 사내 정보망으로 검색해 25명과 가장 차가 나는 이름을 답한 사람이 점심을 사는 방식이다.

삼성의 수많은 동명이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동료 직원이 가장 조심(?)해야 할 때는 그룹의 주요 경영진과 이름이 같은 임직원에게 연락을 취해야 할 때다. 잘못하다가는 불경죄(?)를 저지를 수 있다.

싱글에 따르면 삼성그룹에는 현재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총 20명의 ‘이건희’가 근무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이름을 쓰는 임직원의 수는 총 44명이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같은 이름은 단 두 사람 뿐이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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