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간도 천천히 흐를 것같은 내밀한 공간…백미현 ‘창문’전
라이프| 2013-06-19 10:53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테라코타의 붉은 흙빛이 감도는 내밀한 실내. 작고 소박한 창문이 높다랗게 달려 있다. 그 아래 탐스런 사과 한 알이 놓였다. 오붓한 저 공간에선 상념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을 듯싶다. 책 한 권 펼쳐들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어도 좋을 것같다.

‘옛날의 창(窓)’이라는 이 입체 작품을 만든 이는 테라코타 작가 백미현(한양여대 교수)이다. 대학졸업 후 35년 넘게 세라믹 조각을 만들어온 백 교수는 테라코타 점토로 형상을 빚은 뒤 저화도 가마에서 굽는다. 그런 다음 유약을 발라 서너 차례 더 굽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든다. 그래야 재질이 단단해지고, 발색이 제대로 나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6월 19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창문 저 편’이란 타이틀로 개인전을 갖는다. ‘창(窓)의 작가’답게 이번에도 그의 테마는 ‘창’이다. 창을 주제로 작업하게 된 것은 인간의 정신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영혼을 성찰하면서, 작가는 작품에 하늘과 작은 창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창문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내려와 이제는 아주 낮은 현실 속, 기억 속 창문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작품에는 사과, 의자 등의 오브제가 더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천정이 둥근 ‘내실풍경’이란 작품에도 의자와 사과가 등장한다. 테라코타의 붉은 흙빛 위로 뽀얀 분(粉)의 흔적이 희끗희끗 보이는 이 작품은, 내밀한 공간에 시간의 궤적이 켜켜이 입혀지는 듯하다. 아늑한 실내에선 시간도 왠지 천천히 흐를 것 같다.
작가는 내밀하고 오붓한 전면부를 만든 다음, 뒷면에도 의자와 사과를 배치해 작품의 앞 뒷면을 서로 비교해가며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백 교수는 “내 작업의 주제는 언제나 창(window)이다. 여기에 의자, 탁자, 사과를 곁들여 조형성을 더했다”며 “작품이 마음에 들 때까지 새로운 유약이나 테라시즐레타 등 저화도 유약을 입혀가며 수정한다. 3벌, 4벌 넘게 구우며 완성도를 높이는데 매트한 백색 유약을 발라 변화를 꾀했다”고 밝혔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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