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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투자자, '피가 마른다', "현금이 답"
뉴스종합| 2013-06-25 17:47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요즘 국내 주식시장은 연일 펀치를 맞고 있습니다. 일본, 미국, 중국 등 강대국 3인방이 짜맞춘 듯 연이어 충격파를 던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투자자들은 피가 마를 정도입니다. 더 이상의 투자조언도 무의미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출발은 지난해말 부임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했습니다. 아베총리는 일명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을 통해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양적완화를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살리기에만 초점을 맞춘 이기적 경제정책을 펼치면서 현해탄 건너 한국에 강한 충격을 줬습니다. 엔화약세(엔저)로 국내 수출기업은 물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일본 증시의 고공행진 속에서도 소외돼 왔습니다. 그러던 중 불행 중 다행(?)으로 최근들어 엔저 속도가 둔화되면서 국내 증시도 좀 살아나는가 했습니다. 지난 5월말에는 코스피가 2000선을 재탈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폭탄을 던졌습니다. 바로 ‘연내에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었습니다. 일명 버냉키 쇼크로 벤 버냉키 의장의 앞글자를 따 ‘BB쇼크'라고도 합니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마구잡이로 찍어낸 돈을 다시 거둬들이겠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세계시장에 퍼져있던 달러자금이 미국으로 들어가면서 신흥시장국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다시 터지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실제 지난 19일(현지시간)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전세계 증시는 요동쳤습니다. 뉴욕은 물론 유럽, 아시아 증시가 폭락했고, 외국인 매도세로 골골하던 코스피도 지난 한주에만 3.5% 빠지며 1800선 초반까지 밀렸습니다. 21일엔 코스피지수가 한 때 1806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채권 시장에선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금리가 급등하면서 그야말로 ‘악’소리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국내 금융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까지 채권에 투자한 이들은 그야말로 패닉상태였습니다. 저금리 기조를 생각하고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했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입게 된 것이지요. 특히 채권투자로 돈을 굴리던 증권사들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한 증권사 임원은 “높은 금리로 고객들에게 단기자금을 받아 장기 채권투자를 한 증권사들이 많은데 어떻게 대처할 지 난감하다”고 걱정했습니다. 해외채권 투자로 쏠렸던 슈퍼리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만기까지 보유가 아닌 차익거래를 바랐던 이들에겐 손해가 막심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급기야 중국에서 ‘시진핑 리스크’까지 터졌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 완화 출구전략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중국발 긴축위기 우려가 시장을 덮친 것입니다. 지난 3월 출범한 시진핑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커진 중국경제 내 거품을 제거하겠다고 했습니다. 신용 거품을 잡기 위해 돈줄을 조이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세계경제규모 1, 2위인 미국과 중국의 연이는 ‘G2 쇼크’라 할 만합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보다 중국의 신용경색 및 경기둔화 우려가 한국시장에는 더 큰 충격입니다.

한국 금융시장에 바로 여파가 미쳤습니다. 1800선을 간신히 유지하는가 싶던 코스피는 24일 오후 ‘중국발 충격’이 이어지면서 코스피는 1800선이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3.82포인트(1.31%) 하락한 1799.01를 기록했고 이는 작년 7월 26일(1782.47)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습니다. 25일에도 장 초반 조금 오르는 가 싶더니 오후들어 1800선이 깨져 결국 1780.63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해 129만7000원으로 결국 130만원선까지 내줬습니다.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으로 130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작년 11월 1일 이후 7개월여 만입니다.

500선을 위협받던 코스닥 시장은 25일 5% 이상 포락하며 480선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아베노믹스→버냉키 쇼크→시진핑 리스크’로 이어지는 3단 펀치로 국내 재테크 시장은 사실상 ‘시계 제로’입니다. 각 증권사 PB센터에는 주식과 채권 투자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날고 긴다는 PB들도 사실상 뚜렷한 대책이 없어 고객들에게 “단기급락세이니 상황을 지켜보자”는 조언이 대부분입니다. 5월말 2000선이던 코스피가 한달도 안돼 200포인트가 빠지는 급락세가 눈앞에 펼쳐지고, 200만원을 전망했던 대장주 삼성전자마저 130만원이 무너지는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슈퍼리치는 물론 일반 직장인, 자영업자 등 개미투자가들 모두 피가 마를 정도입니다. 이럴 땐 차라리 “현금을 그냥 들고 있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상황이 단기적 변동성에 따른 급락이긴 하지만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있느냐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로선 일본 아베노믹스의 진행 추이와 미국의 경제회복 여부, 중국의 금융시장 안정 및 경제회복 상황 등 살펴봐야할 사안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좋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한국시장에서 털고나가는 외국인들에게는 크게 먹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악화도 큰 변수입니다.

물론 역으로 보면 저가매수의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 시장이 급락한 이후 회복한 학습효과도 분명 있습니다. 실제 저점으로 생각하고 투자에 나선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연일 터져나오는 악재엔 가슴이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때 일수록 더욱 냉철히 시장을 바라보고, 보다 시선을 멀리두라는 교과서적 이야기에 충실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기회도 더 잘 보입니다. 아무쪼록 패닉상태에 빠진 세계 금융시장이 하루빨리 안정되길 바랄 뿐입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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