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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헌재 권할 갈등에... SNS 사전선거운동 ‘억울한 유죄’
뉴스종합| 2013-06-26 11:00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가 헌법재판소의 적용 조항 한정위헌 결정에 따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법원과 헌재의 권한 갈등 때문에 소송 당사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정형식)는 인터넷민족신문 김기백(61)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사건에 대해 재심해 달라는 청구를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김 씨는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 등에 올려 공직선거법 93조1항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 2010년 대법원에서 벌금 80만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조항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광고, 인쇄물, 기타 유사한 것을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SNS를 통한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해당 조항이 시민의 여론형성과 정치참여를 억압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헌법소원까지 제기됐다. 헌재 역시 2011년 12월 공직선거법 93조1항에 대해 “인터넷 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을 금지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으로 누명을 벗을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이 조항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이들이 김 씨를 시작으로 줄줄이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정위헌결정은 법이 정하고 있는 재심사유인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김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법률조항의 해석기준을 제시함에 그치는 한정위헌 결정은 법원에 전속돼 있는 법령의 해석ㆍ적용 권한에 대해 기속력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사법기관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음에도 다른 사법기관은 그것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의 이러한 입장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법원은 1996년 양도소득세 부과규정 한정위헌, 2001년 국가배상법 2조 한정위헌, 지난해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한정위헌 등으로 청구된 재심사건에 대해 계속 기각해왔다. 법원은 27일에도 GS칼텍스가 제기한 700억대 법인세부과처분 취소 소송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17년째 반복되고 있는 두 사법기관의 갈등에 애꿎은 소송 당사자들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한정위헌도 분명히 위헌성이 있다고 결정한 것인데, 위헌성 있는 해석에 기반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안해주겠다는 것은 헌법이 모든 국가기관의 행위나 결정에 미쳐야 한다는 원칙에 비춰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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