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중학생 8명만을 위한 ‘감동의 공연’
뉴스종합| 2013-06-28 11:04
경기도 8명 잇따른 자살 시도
40여명의 작은 공연 깊은 여운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학생 8명의 잇단 자살시도. 그리고 이들만을 위해 펼쳐진 40여명의 공연<사진>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지며 묵직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지난 5월 14일 경기도 화성 서부경찰서의 대강당에서는 작은 공연이 열렸다. 공연에 초대받은 관객은 자살을 시도했던 학생 8명이 전부. 이들 앞에서 30여명의 중고생은 2시간 동안 밴드연주로, 랩으로, 춤으로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자신들만을 위해 펼쳐진 공연에 8명의 관객은 환한 미소와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에 초대받은 관객 8명은 같은 학교 중학생이다. 지난해와 올해 5월까지 가정폭력, 외로움 그리고 부모와 소통단절 등을 이유로 삶을 끝내려 했던 아이들이다. 이 중에는 창문에서 뛰어내려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3명도 있었으며, 상담교사에게 칼자국이 난 손목이 들통난 학생도 포함됐다. 이들은 자신만을 위해 마련된 공연에서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다. 


공연은 한 경찰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상담교사를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화성 서부경찰서 실종팀 정일수 경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교가 수상하다. (자살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라면, 세상이 뒤집힐 일 아닌가?”라는 글을 올리며 이들을 도와줄 것을 제안했다.

이심전심이었을까. 글을 올리자 사람들의 연락이 쇄도했다. 고등학생 랩그룹, 밴드 등 또래 학생 24명 그리고 대학교수 3명, 경찰심리상담사 8명까지. 40여명이 8명의 아이들을 위해 모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상담치료를 하고, 또래는 아이들을 위해 공연을 준비했다. 목적은 하나였다. ‘너희들은 충분히 사랑받을 사람들이고, 너희들을 살리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나 모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공연을 제안한 정 경위는 “8명의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서 자살시도를 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지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가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주변에서 좀더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펼친 공연은 유튜브에서 ‘희망..그리고 생명!’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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