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카타르 공주도 컬렉터 ‘팬층 다양 ’…제작기간 길어 공급 부족할 정도
라이프| 2013-07-03 11:45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값은 생존작가 중에서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물론 미국 작가 제프 쿤스(58)의 반짝이는 대형 스테인리스 조각이 좀 더 비싸지만 무라카미 작품도 그에 못지않다.

생존작가 중 그의 작품값은 세계적으로도 5~9위에 들 정도로 고가다. 그 이유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월등히 더 많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아트컬렉터인 프랑소와즈 피노를 비롯해 오일 부국 카타르의 공주까지 전 세계적으로 그의 팬은 넓고 깊게 포진돼 있다. 유럽, 중동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의 미술관과 컬렉터들도 그의 작품을 수집하려 하고 있다. 반면에 정작 그의 작품은 제작기간이 매우 오래 걸려(완벽한 마감을 목표로 하기 때문) 공급이 늘 달린다. 바로 희소성을 부채질하는 대목이다.

무라카미의 회화는 중간 사이즈의 경우 100만~150만달러, 대작(가로, 세로 3m 크기)의 경우 250만~300만달러를 호가한다. 미키마우스를 닮은 귀여운 키키가 그려진 ‘순백색 복장의 도브’(3×3m, 2013년작)의 경우 300만~400만달러에 달한다. 또 세로 3m, 가로 1.5m짜리 회화 3점을 연결한 ‘727-727’(2006년작)의 경우 600만달러를 호가한다. 조각의 경우는 값이 더 비싸다. 이번에 삼성미술관 플라토 전시에 나온 일명 웨이트리스 조각 ‘미스 코코’는 경매시장에서의 추정가가 500만~600만달러를 달리고 있다. 실제로 680만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 중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2008년 소더비 뉴욕경매에서 무려 1516만달러(경매수수료 포함)에 낙찰된 ‘마이 론섬 카우보이’란 남성 나체조각이다. 성기를 움켜쥐고 정액을 하늘로 뿜어대는 이 만화적 조각은 추정가가 300만~400만달러였다. 그러나 열띤 경합 끝에 낮은 추정가의 5배에 달하는 가격에 팔려나갔다.

당시는 무라카미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뜨거워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낙찰된 것. 지금은 컬렉터들이 다소 냉정(?)을 되찾아 ‘마이 론섬 카우보이’가 마켓에 다시 나올 경우 약 800만~900만달러에 팔릴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돈으로 조각 한 점에 100억원을 호가하는 셈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작품이 대작의 경우 3억~5억원, 중간 크기가 1억~2억원인 것에 비하면 너무 차이가 나는 액수다.

원래 일본 현대미술 시장은 한국의 현대미술 시장 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다. 그러나 무라카미 다카시,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 등 글로벌 아트마켓을 쥐락펴락하는 ‘톱3 작가’가 등장하며 그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이는 무라카미 같은 스타 작가들이 애초 일본 무대가 아닌 월드마켓을 바라보고 활동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라카미의 작품은 미술관과 갤러리에 한정돼 있지 않고 피규어, 영상, 만화, 게임을 통해 대중 속으로 깊이 파고든다. 무라카미가 신작 조각을 제작하면 이듬해에는 대중들이 누구나 살 수 있는 미니어처 피규어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식이다. 대중 시장이 별도로 있는 것.

미니어처가 시장에 엄청나게 유통되면 오리지널 조각의 값이 내려갈 법도 한데 오히려 그 반대라는 점도 이채롭다. 대중이 좋아하는 조각의 ‘원작’이란 점이 오히려 가격을 더 천정부지로 치솟게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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