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위크엔드] 그들이 전하는 ‘큰 울림’…문화지형을 바꾸다
라이프| 2013-07-05 10:29
다문화극단 ‘샐러드’ 대학로 공연
이주민이 직접 연기해 감동 두배
연극協·전문극단등 동참 잇따라

뮤지컬·영화·소설 등 단골소재로
안방극장서도 시청자에 감성 전파
다방면서 끊임없는 인식개선 노력




“처음엔 취미생활로 시작했지요. 하다보니 제 길인 거 같더라구요. 이주여성의 삶을 제 몸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어요.”(다시마 프룹ㆍ29ㆍ몽골)

“한국말 대사는 힘들지만, 필리핀 전통 춤은 자신있어요.”(발데즈 마 글레이자ㆍ29ㆍ필리핀)

다국적 이주민으로 구성된 최초 다문화극단 샐러드의 단원 넷이 지난 1일 서울 문래동 샐러드붐에서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2009년 설립된 이 극단 단원은 대부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이주해 온 아시아계 여성들이다. 배우가 직업이라고 당당히 외치는 이들은,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새 개념 공연 시리즈에 작품이 선정돼 오는 9월 대학로에 진출한다. 9월 6일부터 8일까지 공연하는 ‘배우 없는 연극’이다. 지난해 실제 이주민의 사망 사건을 다뤄 교육연극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존경받지 못한 죽음 시리즈’ 연극 4편을 모아 재연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콘서트 형식 공연이다. 이주민이 직접 연기하는 이주민의 고통과 비극은 관객에게 더 큰 울림을 전한다.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주여성 등 다문화 인구 100만 시대에 문화계에도 다문화 이야기가 단골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다문화가정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 ‘완득이’는 영화화돼 흥행에도 대성공했고, 이후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비주류, 소외계층의 삶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두는 연극계는 ‘다문화’를 줄곧 무대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해왔다. 

극단 샐러드의‘ 여수 처음 중간 끝’은 2007년 전남 여수의 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의 참상을 다뤘다. 2010년 초연당시 유가족이 오열하는 등 사회적 반향이 컸다.

한국연극협회는 외국인 노동자 인구 비율이 높은 경기도에서 ‘경기 다문화 연극 축제’를 3년째 열고 있다. 이 축제는 일반 시민에겐 다문화가정이나 이주노동자의 고충을 알려 이해를 높이고, 이주민에겐 문화 주체로 활동하게 해 사회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다. 연극 경연, 각국 전통 의상을 선보이며 장기를 경연하는 패션쇼 경연, 문화 체험, 다문화 밴드 등으로 구성된다.

또 극단 북새통은 다문화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개선을 위해 ‘코리아셰이크’ 시리즈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누엔띠 이야기’는 21살 베트남 처녀와 39살 한국 노총각이 한국에서 가정을 꾸린 뒤 겪는 사회적 편견, 문화 충돌 등을 다뤘다.

2011년 서울변방연극제 공식 참가작인 극단 샐러드의 ‘사랑 없는 성 이야기’는 실제 국제결혼 피해 남성들이 얼굴을 가리고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샐러드의 ‘여수 처음 중간 끝’은 2007년 전남 여수의 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참상을 다뤄 호평받았다. 2010년 초연 당시 피해자 유가족이 공연을 보다 오열하고, 화재 사건 생존자가 공연장 밖으로 실려 나가는 일도 있었다. 박경주 샐러드 대표는 “훈련되지 않은 외국인 배우가 직접 연기하면 훨씬 감동이 크고 전달력이 크다. 공연이 끝나도 객석에서 박수소리도 나지 않고 숨멎은 듯 숙연해지곤 한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의 최접점인 TV브라운관에도 다문화가정의 삶이 이미 들어와 있다. KBS1 ‘러브 인 아시아’, MBC 다문화 희망 프로젝트 ‘우리는 한국인’, EBS의 ‘다문화 휴먼다큐 가족’ 등의 프로그램에는 이국 땅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이색 인종의 평범한 일상이 등장한다. 전국 방방곡곡 명소를 찾아나서며 한국의 숨결을 느끼는 파란눈의 학생들( ‘우리는 한국인’)도 보이고,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들의 희망찬가( ‘러브 인 아시아’, ‘우리는 한국인’)도 들린다. ‘러브 인 아시아’는 시청률이 12%를 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대중문화 최접점인 안방극장에도 다문화가 정의 삶이 이미 들어와 있다. 그중 KBS1‘러브 인 아시아’는 시청률 12%를 넘기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러브 인 아시아’의 전흥렬 책임 프로듀서(CP)는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그들 역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포함될 수 있도록 이해를 구하기 위해 기획됐다”면서 “나날이 각박해지고 가족의 의미가 약화된 한국사회에서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예전의 감수성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또한 문화 다양성, 사회통합을 위해 지역사회의 이주민 문화예술 활동에 지원하는 ‘무지개다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이 사업을 통해 12개 지역 문화재단에게 모두 16억4000만원이 지원된다.

한지숙ㆍ고승희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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