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버냉키 출구전략 로드맵의 평가와 대책
뉴스종합| 2013-07-11 11:22
경기 하강국면과 맞물릴 가능성
한국도 추경등 재정지출 확대
규제 풀고 경제민주화 자제
신중한 통화정책등 미리 대비를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지난 6월 19일 FOMC(공개시장위원회) 직후 양적완화 중단을 포함하는 출구전략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연준의 전망대로 간다면 올해 하반기 중에 자산 매입 축소를 검토하고 내년 중반쯤 자산 매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직후 주요국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도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는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후 각국의 금융시장은 다소 진정되는 듯 보이지만,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버냉키 쇼크’를 거울 삼아 차후 실제로 도래할 출구전략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버냉키 출구전략 로드맵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버냉키의 로드맵은 향후 출구전략 시행에 미리 대비하라는 점에서는 대체로 수긍이 가지만, 미국 내에서도 적절한 정책적 판단이라는 주장과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상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에 밝힌 양적완화 축소는 출구전략의 시작이 아니라 기존 경기부양책의 축소를 의미하고, 실제로 양적완화가 끝나도 출구전략은 멀었는데 시장이 과민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총재는 “연준의 출구전략이 달력보다는 경기상황에 따를 것이기 때문에 실업률 목표치 ‘6.5%’가 실현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시장이 연준 생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언젠가 한 번 거쳐야 할 시련이기는 하지만, 출구전략 충격을 줄이기 위한 시장과의 소통도 미흡했고 시기도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자생력 있는 미국 경제 회복세가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양적완화 출구전략은 미국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소비지출, 투자, 수출 등이 예상보다 저조해 올 1분기 GDP 성장률 확정치가 1.8%로 수정치보다 0.6% 대폭 하향조정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Fed가 출구전략에 언급한 것에 대해 ‘역사적 실수’라고 평가하고 “Fed는 파티가 시작되기도 전에 펀치볼을 빼앗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평가와 함께 언젠가는 시작될 출구전략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먼저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거시경제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단기외채 비율 등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금융시장은 이번 ‘버냉키 쇼크’에 매우 취약한 단면을 드러냈다. 그러므로 외환보유액을 더욱 확충하고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단기유동성 관리를 위해 도입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선물환 포지션 제도도 합리적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실물경제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한 적극적인 경기 부양정책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째 1%대로 지속되면서 경기침체 속에 물가도 낮아지는 장기 디플레이션 초입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양적완화 종료가 우리 경기 상승국면이 아니라 하강국면과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기가 침체되지 않도록 추경과 함께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투자활성화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자제하고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이탈하는 외국인 자금을 붙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 회복세를 꺾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 위기로 자금이 빠져나갈 때 금리를 올리면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부채가 커지기 때문에 금융경색이 심화될 수 있다. 이런 급작스런 신용경색으로 인한 실물경기 위축을 막기 위한 비상 유동성 공급대책의 준비가 필요하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