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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공급 넘치고 수요는 부족…지상파 인접한 ‘황금 채널’ 잡기 올인
헤럴드경제| 2013-07-12 10:41
인지도·접근성 높아야 광고시장 선점
매직넘버 위해 특혜 압박·로비도 불사
40~50개 채널 두고 260개 PP 경쟁




940만 가입자(2013년 4월 말 기준)를 보유한 아날로그 케이블TV 시장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채널 경쟁’이다.

황금채널을 선점하기 위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공급은 넘치고 수요는 적은’ 방송환경이 이 채널전쟁을 야기했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 4개가 선정되며 케이블 업계의 채널경쟁은 업계를 넘어선 이슈로 떠올랐다. 4개 종편채널에서는 케이블TV의 황금채널을 갖기 위해 특혜 압박까지 불사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과부터 놓고 본다면 4개 종편채널은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TV(IPTV)에서 각각 13번부터 20번 사이에 배치되며 이른바 ‘종편존(ZONEㆍ대역)’을 만들었다. 종편의 입장에서도 나름의 ‘황금채널’을 확보한 것이다.

‘황금채널’로 불리는 낮은 대역의 숫자들은 결국 지상파 채널과 인접한 위치의 ‘넘버’를 일컫는다. 종편채널을 비롯한 모든 PP에게 이 숫자는 말 그대로 ‘매직넘버’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인지도와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를 중심으로 한 ‘상위 채널’에서 움직이는 시청자들에게 채널 접근 확률이 높아져 인지도가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PP개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현재 아날로그 방송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채널 수는 평균 60~70개 정도로 한정돼 있다. 여기에서 의무재전송 채널(KBS1, EBS, 공익채널, 종교채널, 보도 및 종편채널, 지역채널, 홈쇼핑채널) 20여개를 제외하면 40~50개의 채널이 남는다. 이 안에서 무려 260여개(2011년 12월 말 기준)에 달하는 PP가 경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아날로그 방송 시장에선 주파수 대역별로 1개의 채널만이 들어갈 수 있는데, 해마다 PP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황금채널의 경우 수신료가 저가 시장인 방송환경에서 수익성(광고)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광고주의 입장에서 광고를 내는 채널의 선정은 시청률과 관련 지을 수밖에 없는데, 지상파와 인접한 채널 숫자를 선점해 접근성이 높아지고 인지도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광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지상파와 인접한 낮은 대역을 갖는 것이 PP의 1차 목표이지만, 사실상 진정한 황금채널이라 할 수 있는 5번, 8번, 10번 등 지상파 사이에 끼여 있는 채널은 홈쇼핑의 몫이다. 유료방송업체에 송출수수료를 지불하는 홈쇼핑 채널들은 1차적으로 황금채널을 부여받는 우선권이 주어진다. 홈쇼핑채널의 경우 이 ‘숫자’에 따라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이들 황금채널을 홈쇼핑채널이 받아드는 경우 매출 규모는 놀랍도록 달라진다. “같은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지상파 방송 사이에 있는 채널과 그렇지 않은 경우 20%가량의 매출 차이까지 보인다”는 것이 한 홈쇼핑채널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행 방송법에서 방송채널사업자의 채널 편성권을 갖고 있는 강자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다. SO는 지상파와 종편, 홈쇼핑 채널의 개수를 비롯해 방송 채널번호를 결정할 고유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PP들은 ‘그들만의 줄다리기’는 물론 SO와도 사활을 건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최종승인권은 정부가 가지고 있다. 
사실상 채널경쟁은 아날로그 시대가 종언을 고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고 디지털 방송 시대로 접어들면, 1개의 대역에 평균 4~5개의 채널을 배정할 수 있게 되므로 채널 확보 및 숫자 경쟁은 더 이상 무의미한 논쟁이 된다. 하지만 아날로그 가입자 1000만 시대의 현재까지 매직넘버를 잡기 위한 ‘영토전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해마다 3, 4월이면 진행됐던 채널 허가ㆍ승인업무는 올 들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새 정부 들어 해당 업무를 관할해야 할 미래창조과학부의 출범이 늦어지면서 협상 시작도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제 업계의 줄다리기는 다시 전개될 전망이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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