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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비리 파장, 공무원으로선 죄인된 심정”
뉴스종합| 2013-07-15 11:32
영세한 개인사업장엔 계도위주 단속
전력난 극복 위해선 고통분담 절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7월부터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에 돌입해 에어컨을 켜놓은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업소 등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중앙부처의 최일선에 30대 여성이 서 있다. 나성화(38ㆍ행시 42회ㆍ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협력과장이다.

부드러운 인상과는 달리 나 과장은 남자 못지않은 씩씩함으로 산업부 내에서는 ‘여장부’로 소문나 있는 인물. 목소리 또한 박력이 넘친다. 하지만 이번 단속 업무만큼은 천생 여자이고 싶단다.

단속에 나서려면 어느 때보다도 조심스럽다는 나 과장은 “저희도 국민 여러분의 시선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뭘 잘 안다는 것일까?

“실제로 단속을 나가면 ‘너희가 원전을 그따위로 운영해놓고 왜 우리한테 난리냐’부터 ‘내 돈 내고 내가 전기 쓰는데 왜 못살게 구냐. 원전 관리나 잘해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정말 우리로서도 할 말이 없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통 분담을 해 달라고 당부드리는 방법밖에….”


사실 억울할 만도 하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등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일부 부품업체들과의 비리관계가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된 원전 비리 사건. 나 과장과는 개인적으로는 물론 업무상으로도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 과장은 “국민의 큰 시각에서 보면 공무원들의 잘못이다 보니 중앙부처 공무원으로서 ‘죄인’의 심정을 느끼게 된다”며 “원전 비리의 여파를 국민이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은 결국 냉방 온도 단속이니, 단속 현장의 반발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 과장의 단속활동은 일반 영세한 개인 사업장의 경우 철저히 계도 위주로 펼쳐진다. 때문에 나 과장이 함께 나가는 단속에서는 절대로 상인과 단속원과의 마찰이 빚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냥 부드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에너지 낭비의 고의성이 다분한 사업장이나 대기업의 조직적인 위반에는 대장부 기질을 여지없이 발휘하겠다는 원칙도 갖고 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과의 인연도 참 질기다. 나 과장은 조 사장이 산업자원부 차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첫 여성 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관가의 주목을 받던 인물이다. 지금도 두 사람은 국민에게 전기 절약을 호소해야 하는 공통의 과제로 최일선에 나서 있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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