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예전의 ‘메이드 인 차이나’ 아닌데…여전히 저가만 찾는 코리아 IT
뉴스종합| 2013-07-16 09:00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담당 부서가 방통위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됐는데도 우리한테 싼 제품만 찾는 것은 그대로네요.”

한 중국 스마트폰 기업 고위 관계자가 최근 털어놓은 말이다. 하반기 자급제용 단말기 출시 관련해 정부가 사업자들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간담회를 열기로 했지만 그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노버가 HP를 꺾고 세계 최대 PC 기업으로 올라서고,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5위권에 화웨이와 ZTE 등 유일하게 중국만 2개 기업을 올려 놓을 정도로 IT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IT 시장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저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애플 못지않게 프리미엄 제품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 IT기업의 실상을 우리 정부와 기업이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IT기업은 어느덧 ‘최초’, ‘가장’이란 타이틀의 제품을 내놓는 수준까이 올라왔지만 우리는 지금도 저가 제품만 찾는 상황이다. 화웨이가 지난 달 영국 런던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어센드 P6를 발표하는 모습.

대표적인 분야가 단말기 자급제다. 지난해 5월 통신사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서도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도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면서 다양한 중국 스마트폰이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 정부 단말기 자급제 사이트가 등록된 중국 스마트폰은 ZTE의 제트폰이 유일하다. 고성능 제품을 출시하려는 중국 기업과 저렴한 가격만 찾는 국내 시장 간 미스매치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자급제 담당 공무원과 협상을 진행했던 업계 관계자는 “중국 본사에서는 최상급 제품이나 적어도 중고급 단말기 이상을 기준으로 내세우는데 여기서는 1년이 지나도 하나 같이 값싼 제품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태블릿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 통신사가 삼성 갤럭시 노트10.1, 애플 아이패드, 화웨이 미디어패드 등 3가지 제품을 놓고 단말기 담당자끼리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 미디어패드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화웨이측은 갤럭시 노트10.1과 아이패드 동급의 가격을 요구했지만 해당 통신사는 이보다 30~40% 이상 낮은 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무작정 저가 제품부터 찾기 전에 제대로 된 가격 경쟁이 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10일 열린 이동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통신사 보조금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정부 요구대로 30만원 전후 자급제 단말기를 내놓아도 통신사 보조금이 대거 투입된 10만원대 프리미엄 제품과 승부가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중국 제조업체 관계자는 “보조금 부담에 알뜰폰(MVNO)으로 눈을 돌리려고 해도 알뜰폰 시장이 영세해 수익에 대한 리스크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