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 대표팀 신임감독이 첫 시험대에 오른다. 무대는 오는 20일 개막되는 2013 동아시아연맹(EAFF) 선수권대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3위 한국은 40위 호주(20일), 100위 중국(24일), 37위 일본(28일)과 차례로 만난다. 특히 숙적 일본과 마지막으로 맞붙은 2011년 8월10일 삿포로 평가전서 0-3으로 완패한 터라 2년 만의 설욕을 벼르고 있다. 한국은 2003년, 2008년 우승에 이어 5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린다.
하지만 우승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호가 어떤 색깔과 조직력으로 첫걸음을 뗄지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소집 후 “브라질월드컵까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각 선수를 주의 깊게 관찰하겠다”며 무한경쟁을 선포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조광래 전 감독은 2010년 8월 나이지리아와 첫 평가전(2-1 승)서 젊은피와 스리백을 실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 시급했던 최강희 전 감독은 2012년 2월 우즈베키스탄과 첫 평가전(4-2 승)서 막바로 베스트11을 꾸리고 다양한 전술을 실험했다.
홍명보 감독은 그동안 강조해온 ‘수비조직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소집 첫날 훈련에서도 홍 감독은 자신이 구상한 수비 전술의 대략을 설명했다. 김신욱(울산)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세우고 선수들을 4-2-3-1 전술로 배치한 뒤 상황에 따라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압박을 가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선수 한명 한명마다 직접 위치를 지정해주며 지시를 내렸다. 유럽파 선수들이 차출되지 못했지만 수비진 만큼은 국내파가 주축을 이뤄왔기 때문에 홍 감독은 이번 대회서 자신이 구상한 수비전술의 일단을 내보일 가능성이 높다. 최강희호에서 중앙수비수로 꾸준히 제몫을 해온 곽태휘(알샤밥)와 ‘홍명보의 황태자’ 홍정호(제주) 중 한 명이 수비진의 리더로 낙점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술과 조직력에 앞서 선행돼야할 것도 있다. 바로 대표팀 기강잡기다. 기성용(스완지시티) SNS 파문으로 어수선해진 대표팀을 어떻게 추스르고 홍 감독이 원하는 ‘원팀(One Team)·원스피릿(One Spirit)·원골(One Goal)’의 대표팀으로 만들지 궁금하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대표팀 분위기를 일신하는 게 첫번째 과제인데, ‘정장 소집’이 도움이 됐다. ‘홍명보의 팀’이라는 걸 상징적으로, 강하게 보여줬다”며 “이번 대회부터 23명 최종엔트리를 추리는 작업을 구체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또 ‘한국형 축구’를 추구한다고 했는데 완성도 여부를 떠나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뚜렷한 자신의 축구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