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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사외이사 측에 ‘고액 기부’ 여전…상반기 5억6500만원
뉴스종합| 2013-07-19 11:00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 하나은행은 지난 5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 5억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서울대 경영대학의 인재 양성을 위해 석학교수를 채용하는데 사용된다. 공교롭게도 서울대 경영대학은 박철순 하나은행 사외이사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곳이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는 그동안 사외이사가 소속된 기관이나 단체에 별도의 기부금을 낸 적이 없다.

경영진과의 유착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소속기관에 대한 금융회사의 고액 기부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17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보면 은행을 포함해 신한ㆍ국민ㆍ우리ㆍ하나 등 4대 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사외이사 소속기관에 기부한 돈은 5억65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은 박철순 사외이사가 교수로 재직 중인 서울대 경영대학에 5억원을 쾌척했다. 지난 2010년 1월 사외이사 모범규준이 마련된 이후 하나은행을 포함해 하나금융이 현직 사외이사가 소속된 기관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5억원의 ‘고액’을 기부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와 상관없이 학교를 보고 기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은행은 김정식 사외이사(연세대 교수)가 소속된 한국국제경제학회와 한국경제학회에 각각 1000만원, 2000만원을 기부했고, 우리금융은 채희율 사외이사(경기대 교수)가 속한 한국국제금융학회와 한국국제경제학회에 각각 500만원, 1000만원을 지원했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을 통해 이종천 사외이사(숭실대 교수)가 회장으로 있던 한국회계학회에 2000만원을 기부했다. 신한금융(신한은행)은 상반기 사외이사 측에 기부한 내역이 없다.

은행 등이 사외이사가 소속된 기관이나 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다만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또 과도한 기부금은 상법에서 규정한 ‘이사의 충실의무’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에도 저촉된다. 상법에 따르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이 법에 따라 사외이사는 손해배상책임을 갖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측에서 기부 요청이 들어오면 사실상 거절하기 어렵다”면서 “(사외이사 활동내역에 대한) 공시가 강화되면서 사외이사나 은행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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