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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2013-07-19 11:20
▶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강판권 지음/문학동네 펴냄=2005년 경남 창녕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시대 배가 발견됐다. 신석기 패총 아래층에서 발견된 이 배의 재료는 200살 정도의 소나무로 추정됐다. 한 그루 나무를 통해 역사와 문화를 읽어내는 작업을 해온 저자는 화양산의 소나무가 왜구의 침략으로부터 한반도를 지켜낸 수문장이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을 검토하며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왜구가 한반도에 나타난 이유 중 하나가 소나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이다. 조선은 왜구에 맞서 병선체제는 충분치 못했지만 소나무라는 우수한 선박재료를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조선이 군사 분야에서 소나무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ㆍ보존했는지, 병선 제작용 소나무의 주요 생산지와 소나무 수급을 둘러싼 조선정부의 논의와 움직임까지 그동안 간과돼온 왜란 연구의 어설픈 속을 꼼꼼이 채워놓았다.

▶한국 근대의 풍경과 지역의 발견/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지음/국학자료원 펴냄=일제 강점기 한양에도 댄스홀이 있었을까. 그동안 수집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 근대기(1907~1945년 광복)의 다양한 모습을 전국 발행 잡지 50여종에서 뽑아 근대의 풍경을 한데 모아 정리했다. ‘로컬리티’ 인문연구자료 총서로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가 펴낸 이번 자료집은 전 11권으로 구성돼 있다. 근대 한국 각 지역의 풍경ㆍ경관 및 역사ㆍ고적은 물론이고 지역경제를 이끌었던 지주ㆍ자산가, 여론을 주도한 지식인과 사회단체 등의 면면도 엿볼 수 있다. 


▶슬프고 유쾌한 텔레토비 소녀/강영숙 지음/문학과 지성사=강영숙의 세 번째 장편소설. 도시의 양 극단에 서 있던 두 사람이 만나 벌이는 파괴적인 사랑, 어그러진 욕망으로 서로의 삶을 풍화하고 종국엔 모두 소진하는 몇 달간의 과정을 담아냈다. 성실한 출근, 뛰어난 업무처리, 적당한 경쟁의 긴장감, 인맥관리와 여가활동, 원할 때 언제 잘 수 있는 가벼운 애인관계 등 누구나 열망한 만한 동석의 삶에 어느날 균열이 생긴다. 텔레토비 인형을 든 소녀와의 만남은 그를 파국으로 몰고간다. 소녀의 이름은 하나, 열일곱살. 학교를 끝내지 못하고 PC방과 사우나를 전전하는 소녀에게 성은 아득하다. 성과 육체를 문학적 사유로 삼아온 작가가 던진 텔레토비 인형이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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