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악화 속 노사대립 팽팽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리처드 힐 스탠다드차티드 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홍기택 산업은행장, 성세환 부산은행장, 김종화 금융결제원장 등 사측 대표들은 23일 오후 은행연합회 회장실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올 임금 인상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한다.
사측은 경영사정이 악화된 만큼 임금 동결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들은 상반기 현재 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나는 등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채권과 유가증권 등 이자수익자산 1조원을 굴려 얻은 운용수익도 자금조달 비용을 빼고 나면 200억원도 못 건지는 상황이다. 각종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도 줄고 있고, 올해 남은 실적 전망도 어두운 상태다.
여기에 최근 은행원들의 고액 연봉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론 의식 차원에서도 동결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김정태 회장 등 하나금융그룹의 임원들이 지난주 급여의 20~30%를 자진반납하기로 결정한 것도 다가올 노측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선제 카드 성격이 짙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사측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을 각각 8.1%, 16.2%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 향후 65세까지 정년도 연장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노측은 이번 임금 조정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했고, 한국노총의 지침에 따라 결정했기 때문에 동결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금융노조 산하 지부의 노조위원장 선거가 줄줄이 있어 노조가 사측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작용했다.
금융노조는 24일 산하 36개 기관 노조위원장 모임을 갖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