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중국진출 국내업체 ‘한국 역수출’ 우려
뉴스종합| 2013-07-23 11:33
중국 자동차업체 현지조달만 고집
中수출 불가능…관세도 8~10%나
중국 기술발전속도 빨라 ‘큰위협’




정부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국내 자동차부품산업 지키기에 나섰다. 전통적으로 자동차(부품업계 포함) 부문은 주요국과의 FTA 협상서 항상 우리 측에 득이 되는 산업이었지만 이번 한ㆍ중 FTA만큼은 예외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23일 협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내부적으로 한ㆍ중 FTA 협상과 관련, 산업별 주요 담당자들과 협상팀 간 릴레이 회의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협상이 세부 각론으로까지 진전되자,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양보할지 각 산업별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다. 이 과정서 가장 큰 이슈는 자동차부품산업 부문이다.

▶정부, 왜 中 부품업체 무서워하나=정부가 국내 자동차부품업계를 보호하려는 배경은 복합적인 이유에 근거한다. 첫째 지금껏 투자해 놓은 우리 부품업체들의 ‘역수입(Buy Back)’ 역풍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와 함께 현지에 진출한 우리 중소ㆍ중견 부품업체만 210여개. 이들 모두 중국법에 따라 현지 업체와 50대50 합작사 형태로 진출해 있어 지분의 절반은 중국에 있다. 중국으로의 자동차부품 수출은 대부분 이들 업체로 가는 게 대부분이었다. 중국 토종 자동차업체들은 반드시 현지에서만 부품을 조달하려 해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데다, 관세도 8~10%나 된다. FTA로 관세가 철폐돼도 우리 수출은 늘어날 길이 없다는 얘기다.

반면 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 국내 부품업체 최고경영자는 “운송료를 포함한다 해도 인건비 등의 차이로 같은 제품이라면 중국에서 수입해다 쓰는 것이 훨씬 쌀 것”이라며 “우리가 투자해 놓은 중국 내 국내 부품업체들이 국내 본사를 옥죄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자칫 국내 공장은 일감이 줄어들어 공동화 현상을 빚다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먼 미래는 더 심각하다. 세계 100대 부품업체들이 대부분 중국에 이미 투자를 하고 있어 중국 부품업계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최근에는 장시중공업이 미국의 델파이 브레이크 부문을, 지리자동차가 호주의 자동차변속기업체 DSI를 인수하는 등 해외 선진 부품업체들이 속속 중국의 품에 안기고 있다. 10년 후에는 기술로만 봐도 우리 업체 제품보다 중국산이 더 좋다는 말이 현실화될 수 있다.

▶부품산업 불똥, 농ㆍ어업 협상 난항으로?=정부가 차 부품 시장 개방을 막는 쪽으로 FTA협상을 진행하면 가장 먼저 연쇄 난항을 겪을 곳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농ㆍ어업 부문이다.

농ㆍ어업 부문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모든 국가와의 FTA 협상 때마다 골머리를 앓는 부문이다. 아직 국제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아 마냥 시장을 열어줄 경우 국내 농ㆍ어가의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개방을 막거나 늦춰야 하는 분야다. 한ㆍ중 FTA의 경우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농ㆍ어업 분야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자동차부품산업이 우리의 농업 부문과 같은 상황이다. 급성장하고는 있지만 당장은 국제 경쟁력이 부족해 국가 차원의 FTA에서는 일정 부분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지금껏 6차례 협상 과정서 우리 정부는 농ㆍ어업 부문 국내 시장 개방을 막는 조건으로 자동차 부문에서는 중국 측의 입장을 보다 많이 수용하는 쪽으로 협상을 이끌어 나가는 중이었다. 지금까지는 이 부분에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큰 틀에서 잘 맞았지만 우리가 차부품 시장 개방을 거부할 경우 중국이 우리 농ㆍ어업 시장 진출을 보다 공격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차부품업종이 ‘FTA 수혜업종’이 아닌 ‘피해 우려업종’으로 바뀌면서 결국 한ㆍ중 FTA의 전제 틀이 바뀌는 상황이 불가피해졌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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