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물탐구
“乙 위한 경제민주화, 이제 겨우 시작”
뉴스종합| 2013-07-26 12:06
공정거래법·CU방지법 등 국회통과
민생현장 찾아 乙고민 함께 하겠다


국회 의원회관 536호실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을(乙)’들의 작은 집합소라고 한다. 실제 불법채권추심 피해자와 대리운전기사, 대형마트 납품업자들이 이곳에서 줄지어 간담회를 하고, 향후 대책을 수립한다.

7ㆍ8월 이른바 ‘정치 하한기’이지만 우원식<사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의 스케줄표는 밤늦게까지 30분 단위로 빽빽하다. 평택 매일유업 공장, 변종 SSM 피해지역 등 현장을 동분서주한다. 여름휴가도, 주말도 없다. ‘을지로’는 을을 지원하는 법(law)이란 뜻이다. 그는 “정치 입문한 지 26년 만에 이런 느낌으로 일을 했던 적이 참 오랜만”이라고 했다. 1988년 평화민주당 입당 후 각종 농성장에서 동료ㆍ노동자들과 빵과 우유를 나눠 먹던 기억들도 최근 되살아났다.

6월 임시국회 종료 직전인 지난달 27일부터 우 위원장은 엿새간 단식농성을 했다. 요즘 정치권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새누리당을 향해 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경제민주화 입법을 촉구하기 위한 일종의 ‘시위’였다.


우 위원장은 “남양유업 사태 이후로 전국의 을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국회가 입법과제를 흐지부지하면 그들이 일자리를 잃고 만다”면서 “생존권을 걸고 싸우는 그들에게 ‘이를 악물고 끝까지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고 했다.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공정거래법,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일명 CU방지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은 을지로위원회의 활동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시국회 종료 후 갓 낳은 아기를 업고 파주에서 올라온 편의점주, 19일간의 단식농성 끝에 핼쑥해진 남양유업 대리점주 등이 한다발의 꽃을 건넸다.

그는 “단식농성 중 ‘오늘은 내 존재가 자랑스럽다’고 일기에 쓴 적이 있는데, 그때가 참 그랬다. 눈물도 났다”고 기억했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우 위원장은 을지로위원회를 ‘풀가동’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제민주화 입법 종료’를 말하고 있지만, 우 위원장은 “이제 겨우 발을 뗐다”며 소매를 걷었다. 불법채권추심방지법, 백화점 대형마트 납품업자 보호법, 파산자보호법, 약탈적대출규제법, 이자제한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노동시간단축법, 특수고용기본권보호법, 학교비정규직보호법이 그가 꼽은 9월 정기국회 입법 목표들이다.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논쟁이 국회를 흔들고 있지만 우 위원장은 “이럴 때일수록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이럴 때 더 열심히 하면 ‘을’들의 신뢰와 기대가 더 깊어지게 돼 있다. 기반을 탄탄히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을’에 대한 고민이 늘어날수록, 그의 바지 허리춤은 더욱 헐렁해지는 모습이다. 몸무게는 줄었지만, 그래도 그의 가슴은 더욱 묵직해졌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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