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 전쟁’ 중인 수입차 거리 ‘빅3’ 가보니...개점휴업ㆍ문 닫은 곳도 즐비
뉴스종합| 2013-07-27 09:15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내로라하는 수입차 브랜드 전시장들이 가깝게는 수m, 멀어도 수 백m 거리를 두고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수도권 수입차 거리 ‘톱(TOP) 3’라 불리는 서울 강남 도산대로~압구정~청담, 서울 용산~이태원, 그리고 경기 분당 서현동 일대가 바로 그 곳이다. 최근 수입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지만 거저 얻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프로모션이나 서비스가 뒤쳐진다면 누구나 경쟁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고수’들이 모두 모여 생존을 위해 강렬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수입차들의 거리엔 지금도 총성없는 전쟁이 진행중이다.

▶BMWㆍ벤츠ㆍ렉서스 전시장 북적...평일에도 쉴 틈 없는 딜러들= 지난 26일 휴가철에 평일 낮 시간이라서인지 거리는 한산했다. 하지만 수입차 전시장는 차를 살펴보는 사람들과 그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뛰어다니는 딜러들로 정신이 없었다.

용산 전자랜드 1층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에 준비된 상담석은 30대 부부, 50대 여성, 그리고 60대가 넘어 보이는 노신사까지 차량 구입을 위해 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딜러들은 이전 상담을 끝낸 뒤 바로 다른 대기석에 가서 “늦어서 죄송하다”면서 새로운 상담을 시작했다. ‘잠깐 쉴 시간도 없냐’는 질문에 한 전시장 관계자는 “잠깐 방심하는 순간 매출도 떨어진다. 현명해진 소비자 사이에서 살려면 끊임없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분당 율동공원 옆에 나란히 위치한 BMW, 폭스바겐, 렉서스 전시장도 상담객으로 매우 분주했다. 혹여나 그냥 가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딜러들은 “꼭 시승을 해 보라. 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한사코 고객들을 다시 붙잡았다. 전시장 뒷편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각 매장마다 40~50대 남성들이 한 두 팀씩 모여 시승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옆에서 딜러들은 차에 대해 하나라도 더 설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요즘 딜러들에게 고객을 잡기 위해서라면 먼 거리도 문제되지 않는다. 분당 벤츠의 한 관계자는 “손님이 필요로 하면 그 곳이 어디더라도 시승차를 가지고 직접 찾아 뵙겠다. 망설이지 말고 꼭 전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 다퉈 내놓는 수입차 할인 프로모션…‘쩐의 전쟁’= 새롭게 ‘수입차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분당 서현동 일대. 이곳에서는 특히 프로모션 경쟁이 치열하다. 한 매장의 딜러는 “요즘은 수입차 시장의 중심이 강남에서 분당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한다. 또 새롭게 전시장이 모여드는 만큼 경쟁이 심하고, 프로모션 조건도 좋다”며 “지방에서도 일부러 분당에 찾아와 차량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각 매장에서는 회사 차원의 공식 프로모션 이외에도 매장별로 다른 프로모션을 제시하고 있었다. 분당견인차량보관소 부근에 위치한 분당 아우디 매장의 한 딜러는 문의 뒤 구매하지 않고 나오는 고객을 끝까지 따라가 열심히 무엇인가를 설명했다.

“아우디는 원래 할인이 없는 브랜드로 유명한데, 7월에는 한 대당 최소 500만원을 빼 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계약 단계에 가면 알려주겠다. 궁금하지 않느냐.”

이윤을 쪼개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하는 곳도 있었다. 닛산의 딜러는 ‘큐브 S’를 구매 시 차량 가격의 50%를 36개월 무이자 할부로 살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을 매장 자체적으로 시행 중이라 말했다. 매장 관계자는 “지금까지 닛산에서 36개월 무이자 정책을 쓴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커지는 수입차 시장...판매 부진 업체도 많아= 모든 수입차가 잘나가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못 이겨내고 일부는 수입차 거리를 떠나기도 한다. 용산역 광장에서 용산역사거리 방향으로 걷다 우측에 간판도 없이 유리로 된 2층짜리 텅 빈 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까이 가보면 정문에 붙은 A4용지 한 장이 이곳의 과거를 알려줬다. 바로 지난해 12월 스바루가 한국에서 철수해 전시장도 문을 닫는다는 것. 인터넷에서 찾은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결번이라는 목소리만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강남 도산공원사거리 벤츠 뒷편에 있는 전시장은 원래 닛산이 자리 잡고 있던 곳이지만 지금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바로 폭스바겐과 벤츠 사이에 있던 포드가 이전해오기 때문이다. 한 딜러는 “예전부터 차가 잘 팔리지 않더니 결국 건물을 내 놓고 나갔다. 그 자리에 이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을 운영하는 곳도 상황이 완전히 다르진 않다. 학동사거리에서 청담사거리 사이에는 위치한 한 전시장. 2층으로 된 전시장 1층에는 지프와 크라이슬러가, 2층에는 피아트가 전시돼 있었다. 1층 매장과 달리 유동 인구가 많다는 오후 6~7시께,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피아트 차량을 보기 위해 2층으로 올라온 사람은 많지 않았다. 피아트 매장 관계자는 “1997년 철수했다 16년만에 다시 한국 시장에 진입했지만 아직은 판매가 많지 않다. 앞으로 더 피아트 브랜드와 차량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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