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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밸리 스타일…‘창조’ 로 날다
뉴스종합| 2013-07-31 11:38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CEO
대표이사실 찾을수 없는 사무실
킥보드타고 회의실 가는 임원들

자유분방함과 빠른 의사소통…
이곳이 대한민국의 ‘판교밸리’
한국의 창조경제 메카 급부상


“이거 회사 거예요. 바쁠 땐 임원들도 자주 타는데….” 카카오에 근무한다는 한 직원이 능숙한 솜씨로 킥보드를 타고 지나간다. 미팅이 있는데 지각할까봐 회사 내에 주차(?)돼 있던 킥보드를 타고 100m가량 되는 사내 복도를 누빈다.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중년남성은 구내식당에서 조카뻘 직원들과 앞뒤로 줄을 서서 식판에 음식을 담는다“. 실례지만 누구신지?”라고 물으니“ 여기 사장입니다”란 답이 돌아온다.

판교실리콘밸리는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입주 기업은 창의와 자율, 자유로움이 넘친다. 창조경제의 모델로 거듭나고 있는 원동력이다. 국내 대표 모바일기업 카카오에서는 직원들이 회사 내에서 이동할 때 킥보드를 타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창조경제의 원천인 끼, 에너지의 자유스런 방출이 아닐 수 없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여기는 판교테크노밸리다. 창조경제의 시대, 이곳 기업들의 탄력적이고 자유분방한 기업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30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판교테크노밸리는 수평적 관계, 탄력적 의사결정, 자유분방함의 세 가지 키워드로 한국형 구글, 페이스북이 되기 위해 진격하고 있었다.

모든 기업과 최고경영자(CEO)가 그럴까 싶어 게임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를 찾았다. 액션 RPG ‘테라’로 게임 한류의 선봉에 선, 직원 숫자만 180여명에 달하는 개발 전문 스튜디오다. 대표이사실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대신 일반 개발자들과 마찬가지로 파티션이 설치된 책상에 장병규ㆍ김강석 대표의 이름표와 함께 대표들이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다.

웬만한 중견기업만 돼도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 주차공간이 따로 있지만 판교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출근길부터 근무시간은 물론 점심 때도, 야근할 때도, 퇴근할 때도 사장과 임원들과 직원은 한데 어우러져 있다.

게임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일하는 직원들 모습.

탄력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가능한 한 모든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나머지는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이 신속하게 이뤄진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창업 초기 12명의 직원을 4명씩 3팀으로 나눠 소통과 관련한 앱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각각 시작했고, 이후 가장 잘 될 것 같은 카카오톡에 집중하기 위해 나머지 프로젝트를 모두 정리했다”며 “직원이 많은 기업에서는 이런 빠른 의사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에너지와 끼의 상징인 킥보드는 카카오에 6대가 있다. 직원들은 실외뿐 아니라 회의실 이곳저곳을 킥보드로 이동한다. 직원 중 한 명이 킥보드를 들고 와서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유용하다고 생각한 다른 직원들이 따라하기 시작했고, 회사에서 직접 구매해 배치한 것이 ‘카카오 킥보드’의 시작이었다.

청바지와 킥보드로 대표되는 판교테크노밸리의 기업문화는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IT기업들이 모바일 트렌드에 맞춰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조직을 슬림화하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판교에선 명맥 유지가 아니라 그보다는 창조경제 화두에 맞춰 진화 중이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자유분방한 임직원들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건 조직이 작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회사가 커질수록 이런 문화를 유지하기 어렵지만 최근 IT회사들이 모바일로 조직을 세분화하고 있어 빠르고, 자유롭고, 실용적인 ‘판교 스타일’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판교=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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