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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과거 · 현재 · 미래가 공존…해운대는 밤이 더 뜨겁다
뉴스종합| 2013-08-02 11:49
전국서 몰려든 젊은이들
해지면 해운대 재래시장으로…

새벽까지 노랫가락 울려 퍼지고
빌딩숲속 전통시장 새 명물로…



부산 해운대의 밤은 낮보다 더 뜨겁다. 한낮 더위를 피해 해수욕장에서 시원한 하루를 보낸 피서객들은 해가 지면 인근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낮과는 또 다른 해운대의 밤거리, 쏟아져 나온 이들이 찾는 곳은 해수욕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해운대전통시장. 여름밤이면 전국에서 가장 인파가 붐비는 재래시장이다. 물론 이 시장은 전국에서 젊은이와 외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재래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푸른 네온 간판 아래로 가지런히 늘어선 점포들은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로 순식간에 북적인다.

“이곳에는 낮보다 밤에 손님이 많은기라예. 해가 있을 때는 바다에 발 담그고 놀고, 해가 지믄 묵을 것도 묵고, 술도 한잔 할라꼬 다들 나오는 기지예.” 해운대전통시장에서 실비집을 운영해 온 해운대 재래시장 ‘봉자네 실비집’ 주인 박봉자(53ㆍ여) 씨는 불판 위에서 연신 파전을 뒤집으며 한마디 거든다.

과거 곰장어로 유명했던 터라 맛집으로 소문난 ‘기장곰장어’ 가게는 대기 손님들의 줄이 줄어들 줄 모른다.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김치가게는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다. 과일가게 앞에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젊은이들과 아이를 동반한 관광객들은 떡볶이와 순대, 김밥과 튀김을 파는 ‘상국이네’ 가게 앞을 가득 메우고 선다. 10여명의 젊은 종업원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가운데 시장 입구에도 길게 줄이 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32㎝ 높이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늘어선 줄이다.

이곳 전통시장의 피크타임은 해가 진 뒤 8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다. 

낮과 또 다른 해운대 밤거리.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영업하는 해운대 전통시장.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빌딩 숲 사이에 자리잡은 전통시장은 젊은이들로 뒤덮여 해운대 밤을 더 뜨겁게 달군다. 부산=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하지만 원래부터 해운대전통시장의 밤이 이렇게 북적인 것은 아니다. 이 시장은 한때 현대식 개발붐으로 존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을 세련되고 현대적인 관광지로 개발하려던 정책이 전통시장과 맞물리면서 색다른 공간을 만들어 낸 것은 불과 5년 전 일이다.

2008년 8월 해운대구청이 관광특구 정비사업을 주도했다. 이를 통해 해운대전통시장은 이전의 노천시장이 아니라 비가림막, 햇빛가리개, 통일된 원형간판이 설치된 현대적이고 깔끔한 시장으로 거듭났다. 전체 점포 수는 103개, 시장에서 일하는 종사자 수는 251명이다. 규모는 작지만 ‘부산 스타일’의 재래시장 느낌만은 오롯한 곳이다.

자정을 넘어서면 이곳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진다. 취기가 오른 중년 그룹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어느 새 부산의 밤은 과거 추억과 데자뷔 하며 더욱 아름다워진다. 시장골목을 따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해운대의 노랫가락이 새벽녘까지 길게 이어진다.

부산=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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