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부동산 직접 서비스 양보한 네이버...여전히 풀어야 할 상생 과제
뉴스종합| 2013-08-08 09:33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네이버가 부동산 서비스를 접는다. 그간 각 중개업소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매물단가를 보여준 확인매물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 대신 부동산 전문회사들의 매물정보를 제공하는 ‘유통플랫폼’으로 새단장한다.

네이버는 지난 7일 벤처기업상생협의체의 중재로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부동산써브 등 부동산 정보 전문 회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를 이같이 개편하는 데 합의했다.

그간 네이버가 “부동산 전문회사들이 제공하는 정보 중 허위매물이 많아 이를 시정하기 위해 확인매물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만큼, 업계는 네이버가 ‘자체매물서비스 중단’으로 입장을 바꾼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개편이 소형부동산 업자들의 한숨까지는 거둔 것은 아니다. 대형부동산중개업소와 소형업소가 네이버라는 시장에서 맨몸으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많은 광고료를 지급하고 네이버 검색 상단에 노출되는 대형업체들과 싸우게 됐다. 한 부동산 업자는 “네이버에 연간 지급하는 광고비가 연간 약 600억원에 이른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는 소형 업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같은 날 오전 여의도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네이버 때문에 매출이 급감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소상공인들의 성토대회가 열렸다. 국내 검색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자사의 콘텐츠를 네이버에 제공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한 유아용 교육게임 개발사는 네이버에 게임 콘텐츠를 제공했지만 콘텐츠 제작자로서 합당한 수익을 배분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 대표는 “광고로 인한 수익을 배분하라”고 네이버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국내 사업을 철수할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네이버에 대한 콘텐츠 제공업자들의 주장은 일맥상통한다. “광고로 인한 수익 일부를 콘텐츠 제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로 제공하라”는 것이다. 창작자로서의 정당한 요구다. 소비자들은 네이버에서 정보를 제공받은 후 각 콘텐츠 제작자들의 사이트를 방문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네이버에만 머문다. 콘텐츠 제작자들의 개별 사이트에 광고주들이 관심을 보일리 없다. 콘텐츠가 없다면 빈 껍데기에 불과한 네이버가 이로 인한 모든 광고료를 독점하는 것은 제작자들의 창작 의욕을 떨어뜨려 생태계를 황폐화시킬 게 뻔하다.

최근 네이버가 자사를 향한 비난의 화살에 대해 경청하고 경쟁사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모습은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총론만 가득한 상생안은 의미가 없다. 검색 포털이라는 거대한 흐름으로 인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은 소형 콘텐츠 제작자들에 대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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