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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기 고장 속출 순환단전 현실로…‘9 · 15 블랙아웃’ 재연 공포
뉴스종합| 2013-08-12 11:12
외줄타는 예비율
일산열병합발전소·서천화력 등 위태
당진화력 3호기 수리기간 지연 악재
당국 전력수습경보 ‘경계’ 발령 예고

위태로운 원전들
곳곳 수치상 이용률 100% 초과운행
“언제 고장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
정지땐 예비력 100만㎾ 이하 떨어져



올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보된 12~14일의 첫날인 12일. 발전기 고장이 잇따르면서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다. 사상 첫 일반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긴급절전’까지 예고되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2일부터 14일까지 최악의 전력난이 우려된다. 만약 발전기가 한 대만 고장나도 지난 2011년과 같은 순환단전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장관의 호소가 나오기 무섭게 발전소가 잇따라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특히 화력, 복합화력, 열병합발전소 등은 100% 출력 상태로 계속 운전을 강행하는 상황이어서 무리한 가동이 고장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루 한 대씩 고장=지난 10일 밤 일산열병합발전소가 가동 중단된 데 이어 11일 밤에는 발전용량 50만㎾급 당진화력 3호기의 저압터빈 날개가 부러져 멈춰섰다.

12일에는 설비용량 20만㎾급인 서천화력 2호기도 해수순환펌프 고장으로 일시 정지됐다가 전력수급계통에 다시 병입됐지만 출력이 10만㎾ 감소한 상태다. 전력당국은 고장수리 기간이 길어질 당진화력 3호기의 공급용량을 제외한 채 새 수급대책을 짰다. 당장 전력거래소는 이날 전력수급경보 4단계인 ‘경계(예비력 100만~200만㎾)’ 발령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수급경보 ‘경계’는 2011년 ‘9ㆍ15 전력대란’ 당시 예비력이 20만㎾까지 떨어져 ‘심각’(100만kW 미만) 단계가 발령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급경보는 오전 10~11시께 순간예비력이 450만㎾ 이하로 떨어지면서 준비단계가 처음 내려진 뒤 폭염이 절정에 달하는 오후 2시 이후 관심(300만~400만kW)과 경계가 차례로 발령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 장관은 지난 10일 일산열병합발전소 가동 중단을 보고받은 직후 “(발전소 출력을 최대치로 유지하면) 기계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긴급히 고장을 처리해 신속히 계통에 병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속 고장 상황에 대해 발전사 관계자는 “정확한 고장 원인은 확인해 봐야 하지만, 아무래도 100% 출력을 계속 유지하다 보면 고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전 위태위태=가장 위태위태한 쪽은 원자력발전소들이다. 이미 수치상 이용률 100%를 넘겨 운행 중인 곳들도 많은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월성4호기의 경우 지난달 이용률이 102.9%에 달하고, 이미 봄철 전력난이 시작되던 지난 5월에도 102.7%의 이용률을 보였다. 한빛2호기와 월성2호기는 102.2%, 고리4호기 100.4%, 한울1호기 100.2% 등이다. 나머지 가동 원전들의 경우도 대부분 99% 이상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발전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원전들의 이용률을 보면 과도하게 혹사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제 고장날지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전 가동중단으로 원전이 해낼 수 있는 정상 출력 이상으로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전력거래소는 잇단 발전소 정지에 따라 수요관리 수단을 총동원한 결과, ‘주의(예비력 200만~300만㎾)’단계가 발령될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로 대형 발전기 한 대가 더 정지할 경우에는 경계 단계는 물론 예비력이 100만㎾ 이하로 떨어지는 순환단전까지 상정해야 할 상황이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오후 제2기 위원회 출범 후 첫 회의를 열고 한울 원전 4호기의 재가동을 심의ㆍ의결할 예정이다.

그동안 전력난 발생이 예상되면서 한울원전 4호기의 재가동이 시급한 안건으로 부상했으나 원안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이 원전의 재가동 의결도 늦어지게 된 것이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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