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지구촌은 지금 ‘세금전쟁’ 중
뉴스종합| 2013-08-13 11:43
한국
조세저항 부딪힌 세법개정안
청와대가 전면 재검토 착수

일본
내년 예정된 소비세 인상 제동
간신히 살아난 경제 ‘찬물’ 우려

미국
지나치게 높은 법인세 피하려
기업들 본사 해외이전 잇따라

지구촌이 세금 전쟁에 휩싸였다.

한국에서 근로소득세를 중심으로 세법개정안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는 등 증세 논란이 뜨겁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 인상 예고로 간신히 살아난 경기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에 열을 올리고 있다.

1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일 발표된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로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내년 4월 예정된 소비세 인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GDP의 두 배가 넘는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현재 5%인 소비세를 내년 4월 8%, 내후년 10월 10%로 2단계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소비세 인상이 아베노믹스로 간신히 살아나는 일본 경제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1997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가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했지만, 경기침체로 이어져 결국 총리직을 사퇴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소비세 인상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디플레 탈출이 어려워질 것을 감안해 기업 법인세율을 국제표준인 25% 수준까지 인하 검토를 지시했다.

일본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도쿄의 경우 38.01%(동일본대지진 부흥 특별세 포함)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높다.

한편 미국에서는 세금이 더 낮은 유럽에 둥지를 틀어 ‘세(稅)테크’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법인세와 송금세 탓에 기업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5월 역외 탈세 논란에 휩싸였던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의회 청문회에서 “우리가 해외 자금을 들여오지 못하는 가장 큰 장벽은 바로 35%라는 비이성적 세율”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아예 본사와 사업 전체를 유럽으로 옮기는 ‘세금 자리바꿈(tax inversion)’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제약사 페리고와 액타비스는 인수ㆍ합병(M&A)한 아일랜드 기업을 통해 아예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시킬 예정이다. 이로써 세율을 28% 이상에서 17%로 낮춘다는 복안이다.

이를 막기 위해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현재 35%에서 28%로 낮추는 대타협안을 공화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펌 설리번앤크롬웰의 프랭크 아킬라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가까운 미래에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기업들 사이에 퍼져 있어 ‘세금 자리바꿈’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예선ㆍ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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