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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 탈세혐의…‘전두환 곳간지기’ 이창석의 추락
라이프| 2013-08-20 11:49
누나의 가족들을 향한 외삼촌의 사랑은 각별했다. 조카에게 땅을 헐값에 넘겨 수백억원의 차익을 보게 했고 사업 파트너를 자처하며 회사 임원 자리도 선뜻 내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62) 씨.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인심 좋은 후원자로 평생을 살아온 그가 구속됐다. 그가 그토록 아끼던 누나의 둘째 아들에게 땅을 넘기는 과정에서 값을 조작해 120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누나 가족들의 비리 뒷수발은 연리지처럼 몸을 섞고 살아온 그의 몫이었다. 그는 그것이 “아버지의 유지”라고 했다.

이 씨의 아버지 이규동 씨는 1911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일제시대 만주군에서 보급을 담당하는 경리관을 지냈고, 해방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군사관학교 2기 동기로 군생활을 이어갔다. 육군본부 경리감 등을 지내다 1960년 예편한 뒤 농협중앙회 이사 등 민간 요직을 두루 거쳤고, 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대한노인회장을 지냈다.

이규동 씨는 사위가 대통령이 된 1980년대 급격히 재산을 증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1988년 5공 청문회 때 그의 비리 의혹이 쏟아지며 이창석 씨 역시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규동 씨는 요행히 형사처벌을 피했지만, 그가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채권을 관리하다 재용 씨에게 증여한 사실이 훗날 재용 씨 조세포탈 사건 재판에서 드러났다. 당시 판결문은 “이규동 씨는 평소 전 전 대통령의 재산 관리인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이창석 씨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곳간지기’ 역할을 했다. 이창석 씨 부인 홍정녀(61) 씨의 계좌에 전 전 대통령 비자금이 섞여 있는 사실이 재용 씨 조세포탈 사건 재판에서 밝혀졌다. 1989년 전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가 가등기해 소유했던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토지를 이창석 씨가 넘겨받아 소유해 오다 2006년 조카인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51) 씨에게 증여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또 이창석 씨는 2006년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임야를 시가의 10%에 못 미치는 헐값(28억원)에 전재용 씨에게 매각해 사실상 재산을 증여했다.

사정 당국은 과거 비자금 수사 때마다 양가의 은밀한 돈거래를 추적하면서 이 씨가 관여한 정황을 추적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오랜 세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온 이 씨의 꼬리가 이번에는 잡힐지 주목된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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