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미국 금리 급등ㆍ신흥국 통화 폭락 해설) 美 채권거품 붕괴론도ㆍ印금융위기 초읽기
뉴스종합| 2013-08-20 10:13
미국의 국채 금리가 3% 가까이 급등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이 양적완화 종착점이 머지 않았다는 시장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장기 채권 투자자들이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해 채권을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Fed가 그동안 장기 금리 하향 안정화를 위해 매달 850억달러규모의 국채와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사들이면서 채권가격을 지지해왔는데 이를 빠르면 9월 축소할 경우 채권 가격 하락(금리상승)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미국 국채 절반 가량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국채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글로벌 투자자산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투자자들이 채권을 내던지고 있는 것이다.

또 Fed가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전세계 자금이 뉴욕으로 집결, 신흥국 통화가치는 폭락하게 된다. 특히 인도는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대두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채권거품 붕괴론 솔솔=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채권거품 붕괴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CNN머니는 19일(현지시간) “Fed의 출구전략 임박으로 채권 매도 행렬이 가속화하자 시장에서는 ‘채권 거품이 마침내 폭발한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달들어 채권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 빼져 나간 자금은 200억 달러(2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사상 4번째로 많은 인출 규모라고 CNN머니는 전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94년 미국의 기습적 금리 인상으로 채권 매물이 쏟아지면서 이른바 ‘국채 대량 살상’ 사태가 빚어진 점을 상기시키면서 현재 상황이 당시와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채권 붕괴론 가능성을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차기 Fed 의장에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국채 금리를 끌어올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른 것은 래리 서머스 유력설에 기인한 것”이라며 “서머스가 연준 의장이 되면 금리 인상 속도가 그의 대항마인 재닛 옐런 현 Fed 부의장보다 빠를 것”이라고 전했다. 옐런은 서머스보다 좀더 비둘기파(성장중시) 성향이 강한 인물로 분류된다.

▶인도 외환위기 시한폭탄=Fed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직격탄을 맞은 신흥국은 대규모 자금 이탈로 통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외환ㆍ주식ㆍ채권시장이 동시에 와해되면서 금융위기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19일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는 2.4% 빠져 기록적인 62.66까지 주저앉았다. 루피화 가치는 올들어 12%, 지난 2년간 44%가량 하락했다.

인도 증시 역시 지난 16일의 주말 장에 4% 빠진 데 이어 19일에도 1.6% 하락했다. 지난달에도 10% 추락했다.

영국 신문 가디언과 CNN 머니 등은 인도의 금융 위기가 ‘초읽기’라고 일제히 경고했다. 이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지난 17일 “인도가 1991년과 같은 채무 위기는 다시 맞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상반된다.

인도는 당시 보유 외환이 크게 줄면서 외채 불이행(디폴트) 직전까지 치달았다. 싱은 “그때는 보유 외환이 15일(수입)분 밖에 안됐지만, 지금은 6∼9개월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디언 등은 “루피 환율이 이미 정부 통제 능력을 벗어났다”며 “인도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리는 최악 단계에 와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자에서 국외 인도인의 본국 송금이 늘어나는 것이 그나마 희망이라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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