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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판단 아닌 중재 · 조정 힘써라
뉴스종합| 2013-08-21 11:05
한 사회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적정 수준의 갈등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갈등은 사회를 뒷걸음질치게 만든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갈등 상황이 그렇다. 갈등이 폭발하고 있지만, 이에 제대로 대처하는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이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장은 “대형 토목건설사업이나 국방, 군사시설에 대한 공공 갈등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갈등 역시 다변화되고 있어 이에 대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0년 11월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정부는 놀라우리 만큼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이제 그 성장전략이 유효수명을 다했다”며 “성장을 지속하려면 근본적이고 힘든 변화를 겪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근본적이고 힘든 변화’가 바로 현재 폭증하고 있는 갈등의 모습이다. 은 박사는 이에 대해 “갈등 예방과 해결을 통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 박사가 제안하는 갈등 예방과 해결 방안은 전통적인 사법적 판결방식이나 정부의 독자적 관리방식이 아니라, 당사자간 협상이나 제3자가 개입해 조정ㆍ중재를 해야 하는 대체적 관리방식이다.

대체적 관리방식(ADRㆍ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은 소송 절차에 따른 판결에 의지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ADR 방식은 소송보다 절차 진행이 신속하고 경제적이어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지난 1970년대 이후 갈등을 관리해 왔는데, 이때부터 중재ㆍ조정을 통해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해 왔다. 미국의 경우 연방법원에 접수되는 연간 26만여건의 사건 중 약 1.5%만이 정식재판을 통해 해결되고 나머지는 중간에 중재와 조정을 통해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지난 2005~2009년 사이 도쿄지방재판소에 들어온 1888건이 조정에 회부됐고, 조정 성공률은 80%에 육박한다. 1980년대 반핵ㆍ환경운동으로 갈등이 첨예했던 프랑스의 경우도 1990년대 국가공공토론위원회를 설치한 뒤 100여 차례의 공공토론을 진행해 이 중 65%를 정부가 수용하는 변화를 보였다.

은 박사는 또 결정(Decide)→통보(Announce)→방어(Defend)의 방식이 아니라 관심시작(Engage)→심사숙고(Deliberate)→결정(Decide)의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은 박사는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공론위원회를 신설해야 하며, 국민참여 촉진을 통해 민ㆍ관 협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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