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6개월에 대한 전문가들 평가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했다. 원칙적인 대북 접근, 안정적인 국정 운영 등은 평가했지만, 여의도 정치권과 관계 설정 및 국정 철학의 모호성 등은 보완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헤럴드경제가 정치, 외교, 사회, 복지, 경제 등 5가지 분야 전문가로부터 현정부에 대한 평가를 들어본 결과다.
▶외교ㆍ안보, 밖에서는 ‘굿’=전문가들이 가장 후한 점수를 매긴 부분은 일관된 대북 정책과 전통적인 외교 관계 설정이였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초기에는 너무 강경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원칙을 갖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개성공단 같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대북 일관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대북 문제 주도권을 되찾은 점을 과거 정부들과 차별화되는 성과로 꼽기도 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북한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면서, 동시에 주변국들과 공조도 유지해 어느정도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첫 6달 외교와 안보에 대해 ‘긍정적’이란 별점을 준 김준석 동국대 교수는 “북한과 대화 과정에서 개성공단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이를 대북 관계 전반으로 확대시키지 않은 점이 결국 효과를 거뒀다”고 전략적 성공을 높게 평가했다.
취임 초 미국와 중국 등을 오가며 펼친 한반도 외교전도 호평받았다. 김용철 교수는 “안보와 외교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할 수 있는 전략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기초 다지기 작업이 성공했음을 강조했다.
특히 소위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인 접근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이내영 교수는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어느 때보다도 좋은 관계를 만들었다”며 “전략적인 스탠스를 잘 잡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사회ㆍ경제는 ‘보통’=박근혜 정부 6개월동안 사회안전망 구축과 경제 운용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4대악 척결 등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 등에서 노력한 흔적이 보였지만,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 등 엇갈린 처방이 동시에 쏟아진 경제분야는 아직도 혼란한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흉악범이나 식품문제 같은 생활과 직결된 문제와 관련한 법안이나 규정의 진전은 나름대로 국민들에게 올바른 방향 제시를 했다는 느낌은 줬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느끼기에 6개월은 짧은 시간”이라고 평가를 유보했다.
김용철 교수도 “식품위생 등 일부에서는 발전된 결과도 나타났지만,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등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분에서는 개선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강력한 시행 의지와 사후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관련 법 통과 등 기반 마련에 주력했다면, 남은 기간 이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부분에서는 ‘잘 했다’라는 단어를 찾기가 좀 더 어려웠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팀장은 “전반적으로 잘 했다기 보다는 기본은 한 정도”라며 “세계 경제 상황과 가계부채나 재정문제, 양극화 해소 등에서 새 정부 정책의 효과를 따져보기에는 6개월이란 시간은 부족하다”고 신중히 접근했다.
정부의 씀씀이를 재점검 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는 복지 등 세부 지출항복에 대해 철저하게 평가해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완급을 조정해야 한다”며 “성장과 분배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전형적인 하향평준화의 길로 갈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상대적으로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으면서, 고용과 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를 줄 수 있는 대학 반값 등록금, 고교무상교육 등의 공약 재점검을 요구한 것이다.
▶소통 부족했던 정치=‘선거의 여왕’이란 호칭이 붙을 정도로 유능한 정치인인 박근혜 대통령의 첫 6달 정치분야 평가 점수는 매우 박했다. 취임 초 잇단 인사 실패와 최근 야당의 장외투쟁 등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여의도 정치권의 모습이 박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과거 당 대표로 있을 때와 다른 점이 많아 당혹스러울 정도”라며 “당정관계나 야당과 협조 등 문제에 본인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거 야당 당수 시절 대통령과 소통하며 주고받았던 정치 경험을 전혀 발휘 못했다는 혹평이다.
지나친 안정 위주 정치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는 “인사 등을 봤을 때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검증된 인사로 국정 초반 불안정은 줄일 수 있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미래 비전 제시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다만 의도적인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두기에 대해서는 “국회 선진화 법 등으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뒤에 머물 때 오히려 협상이 잘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부 국회팀/choijh@heraldcorp.com
<도움말주신분>이내영 고려대(정치외교학과) 강원택 서울대(정치외교학과) 김준석 동국대(정치외교학과) 김용철 부산대(정치학과) 이정희 한국외대(정치외교학과)교수,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ㆍ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