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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따로, 파괴 따로? …존폐 위기에 놓인 국내 최대 곤충 보고
뉴스종합| 2013-08-29 10:24
[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한번 파괴된 환경이나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배의 시간과 비용을 쏟아부어도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물장군과 독미나리 등 대표 멸종위기종이 서식해 지난 18년간 복원이 이뤄진 곳이 최근 송전탑과 복선전철 등 각종 개발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횡성군 갑천면 하대2리에 자리 잡은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 일대의 상황이다.

29일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에 따르면 하대2리 산자락 일대는 깊은산부전나비,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붉은점모시나비, 왕은점표범나비 등 5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곤충과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국내 최대의 독미나리 자생지가 분포해 있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 역시 이같은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사육중인 곤충은 물론 표본으로 보관 중인 곤충이 멸종위기종 등을 포함해 4000여종, 약 12만점에 달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생태박물관이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 2005년에는 환경부로부터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됐으며, 현재 멸종위기의 곤충을 증식시켜 서식지에 방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송전선로 설치와 복선절철 사업 등으로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는 물론 곤충과 식물의 서식 환경이 파괴될 위기를 맞고 있다.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횡성읍 조곡리 구간에 건설예정인 둔내-횡성 송전선로는 연구소 1.5km 진입로부터 입구까지 12개의 철탑을 설치할 계획이다.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지만 사전환경성검토에 들어갈 때까지도 협의 등은 전혀 없었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은 “대규모 공사로 야기되는 서식지 파괴는 매우 사소한 이유로도 생존 가능성이 희박지는 멸종위기종들에게는 치명적”이라며 “송전선로 설치시 철탑 및 선로로 인한 경관과 서식지 파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송전탑 예정지 주변의 멸종위기종 분포도를 작성하기 위해 한국전력에 정보를 요구했지만 내부 보안 상황에 위촉된다는 이유로 제공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곧 공사에 들어갈 예정인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사업 역시 철로가 연구소에서 불과 200m 안팎으로 떨어진 곳에 설치된다. 현재 환경영향평가 초안만 나온 상태지만 노선 변경 등보다는 생태계 복원대책을 수립하라는 식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철도의 보조터널 입구가 홀로세생태학교 인근에 설치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놓고 협의를 하고 있다”며 “향후 주민공청회 등도 열어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사업은 그간 2번이나 노선이 변경됐지만 이번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는 노선 변경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연구소 측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연구소와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며 환경부에 환경영향 재평가를 요구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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