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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끝장내고 南 혁명 완성” NL계열의 시대착오 從北세계관
뉴스종합| 2013-09-02 11:19
특정 정책비난에 그쳤던 감정적 反美
5·18이후 이념·적대적 사상으로
“從北보다 從美가 문제” 인식 배경

핵개발은 자위권 차원·평화협정 체결
민노당 때도 北주장 그대로 되풀이
건국과정들어 北에 역사적 정통성 주장
이석기의 RO ‘주체사상’ 지도이념으로



“미 제국주의 끝장내고…. 남녘 혁명시키고….”

국가정보원이 입수한 녹취록에 나타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난 5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모임 기조발언 중 일부분이다. 이 의원의 발언에는 민족해방(NL) 계열의 남북한과 미국에 대한 황당무계한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우주적인 외계인’(북한)의 행동은 모두 애국적인 것이며, 미국은 타도의 대상으로, 그리고 미국을 따르는 남한은 혁명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놈들과 붙는 민족사의 결전”=NL은 미국에 대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제국주의 국가, 사악한 국가로 규정하면서 타도 내지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NL(National Liberation)이란 명칭이 압축적으로 보여주듯이 민족해방과 반미자주는 NL이 존립할 수 있는 알파이자 오메가다.

이 의원도 녹취록에서 “미 제국주의 군사적 방향과 군사체계를 끝장내겠다는…” “미국놈들하고 붙는 대민족사의 결전기…”라며 미국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드러냈다.

반독재 민주변혁운동 내에서 이념적 반미가 처음부터 주류를 차지했던 것은 아니었다.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반미의 무풍지대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남한에서 반미구호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부터였다.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이전까지는 미국의 특정 정책이나 행동에 대해 일부 감정적 반미만 있었다”며 “미국의 유혈진압 용인과 신군부정권 지원 등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미국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싹트고 이념적 반미로 발전됐다”고 말했다.

실제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1980년 광주 미문화원 방화사건, 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19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학생운동 내에서는 반미의식이 급격히 확산됐고 이후 NL이 주류로 자리잡게 되는 배경이 됐다.

NL의 미국에 대한 인식은 지난해 종북논란 때 이 의원의 종북(從北)보다 종미(從美)가 더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이 보여주듯 NL 계열 내부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北 모든 행위 애국적, 우리는 다 반역”=이 같은 대미관은 한국전쟁에서 미국과 싸운 북한은 혁명의 본산, 반면 남한은 혁명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의 “북은 집권당 아니냐. 거기는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라는 발언은 자신들의 행위가 북한 입장에서는 애국이지만 남한 입장에서는 반역임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이 의원은 또 “조선민족이라는 자주적 관점에서, 남녘의 혁명을 책임지는…”이라며 남한이 혁명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종북 논란 역시 NL의 시대착오적인 남북한 인식에서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 NL 계열인 ‘자주파’ 인사는 북한의 핵개발이 자위권 차원이라고 하는가 하면, 정전협정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해 논란을 야기하곤 했다.

이들은 북한이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뿌리로 성립된 국가인 반면, 남한은 이승만 대통령과 친일파가 야합해 세운 나라이기 때문에 민족사적 정통성이 북한에 있다는 식의 인식도 종종 드러내곤 했다.

NL이 바라보는 남북한과 미국에 대한 인식은 이 의원이 주도한 조직인 RO에서도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다. 내란음모 사건을 다루는 공안당국에 따르면 RO는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사회의 변혁운동을 전개할 것과 남한사회의 자주민주통일 실현을 목적으로 하며, 주체사상을 심화·보급·전파한다는 등의 3대 조직 강령을 갖추고 있다.

한석희ㆍ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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