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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마중물 거둬들이는 정부
뉴스종합| 2013-09-02 11:31
사실 기부를 처음 시작한 것은 연말정산 때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였다. 같은 돈으로 세금을 내느니 조금만 더 보태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훨씬 낫겠다 싶었다. 동정심이나 개인적인 동기에만 의지한다면 기부문화는 정착하기 어렵다. 기부를 장려하는 움직임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은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일종의 ‘마중물’인 셈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 마중물을 거둬들일 태세다.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보면 기부금의 특별공제가 기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뀐다. 세액공제율이 15%로 정해졌으니 소득세율이 이보다 높았던 연소득 6000만원(과세표준 4600만원) 이상 기부자는 세금 감면 혜택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본지 8월 13일자 6면 참조〉

연봉 8000만원인 근로자가 내년 매달 20만원씩 240만원의 기부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소득공제 방식으로는 57만6000원의 세금감면 혜택이 있지만 세액공제율 15%를 적용하면 감면액은 36만원으로 준다. 소득세율이 최고 38%까지 되는 고액연봉자라면 이번 기부금의 세액공제 전환에 따른 세금감면 축소폭은 훨씬 커지게 된다. 물론 저소득층이라면 세금감면 효과가 커지겠지만 이들은 기부금을 내는 주 계층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한 해 기부액은 2011년 소득공제액 기준으로 7조800억원이다. 이 중 43%인 3조300억원이 연소득 6000만원 이상인 기부자가 낸 것이다. 절반에 달하는 기부자가 내년부터는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사회복지단체에서는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세제혜택 강화가 기부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했던 만큼 세제혜택 축소가 기부문화를 이끌었던 중산층의 기부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매년 세제개편 때마다 기부금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늘려왔던 정부가 정책방향을 바꾼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고소득자일수록 혜택이 컸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전환 항목에 기부금이 들어간 것은 의외다. 본인을 위한 의료비ㆍ보험료와 남을 위한 기부금이 어떻게 같을 수 있나.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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