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글로벌경제 ‘알려진 無知’ 에 악마가 숨어있다
뉴스종합| 2013-09-03 11:23
美, 테이퍼링·연방부채상한선 위기 요인
中, 3중전회 소비주도경제 개혁안 주시
BRICS國, 부실한 경제정책 불안 야기
선거정국 유럽도 경제발목 잡을 수도




전 세계 경제가 상시화된 ‘위기론’에 바람잘날 없이 흔들리고 있다. 남유럽발(發) 재정위기가 현재 진행형인데, 신흥국마저 외환위기에 봉착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맞이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편에선 미국과 중국이 부진을 털고 일어나고 있어, 신흥국 경제도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팽팽한 ‘갑론을박’ 속에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면 전 세계가 당면한 경제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 경제 비관론자로 유명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사진>는 2일(현지시간)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이번 가을 세계 경제는 ‘알려진 무지들(known unknowns)’과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대개 정치적 불확실정에서 기인한다”며 정치인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알려진 무지’란 지난 2011년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이 회고록을 통해 주창한 개념으로, 위기의 내용은 예측 가능하지만 언제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각국 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전 세계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루비니 교수는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알려진 무지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과 연방부채 문제다. 예컨대 Fed의 자산매입ㆍ초저금리 정책이 앞으로 중단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시기와 속도는 불확실하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의 후임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통화정책도 격변할 것으로 보여 알려진 무지로 꼽혔다.

루비니 교수는 테이퍼링 변수가 이미 미국 증시와 채권에 영향을 미친 반면, 부채한도 증액안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위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달 2014 회계연도 개시 전 의회에서 채무상한선 증액안이 통과돼 재정절벽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과 함께 G2 국가인 중국에 대해선 오는 11월 열릴 공산당 제 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당 지도부가 개혁을 통해 “투자주도 경제에서 소비주도 경제로 나아갈 지” 향방을 알려줄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브릭스(BRICS) 국가들과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경제에선 부실한 경제 정책이 알려진 무지로 거론됐다. 루비니 교수는 이 국가들은 중국 경제성장과 미국의 양적완화에 경기가 절로 부양되는 긍정적인 경제 외부효과(값싼 달러의 무분별한 차입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린 탓에, 스스로 경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 “향후 12∼18개월 동안 이들 국가에서 치러질 선거를 앞두고 시위와 정치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신흥국들이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고 환율ㆍ통화 정책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달 총선이 치러질 예정인 독일과 연정 문제로 잡음이 끊이질 않는 이탈리아ㆍ그리스ㆍ포르투갈 등 유럽권에서도 정치적 불안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정학적 측면에서 알려진 무지 요인으로는 ▷시리아에 대한 서방권의 공습 시기 및 범위와 확전 여부 ▷이란ㆍ이스라엘 군사분쟁 발발 가능성 등이 제시됐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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