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이정희, 오뚝이인가 꼭두각시인가
뉴스종합| 2013-09-03 10:38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러 나왔다”

지난 해 12월 4일 대선 첫 TV토론회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날린 돌직구다.

꼭 9달만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곡기(穀氣)까지 끊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한평짜리 돗자리를 펴고 단식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아홉 달 전과 같은 반향은 없다. 당시에는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은 분노하고, 통진당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이번에는 분노도 열광도 없다. 심지어 이석기 의원도 그녀의 단식 기자회견장을 외면했다.


과거 정치권에서 행해진 단식농성은 소수파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지향점이 명확하면 효과도 컸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단식에는 어떤 힘있는 명분도 가치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석기 사태에 이 대표가 내놓은 주장은 “국정원의 날조다”, “마녀사냥”뿐이다. 국정원과 검찰을 진보당을 분열시키려는 세력으로 간주하고, 심지어 폭력시대의 희생자로 자신들을 미화시키기도 했다. 청와대가 국정원, 검찰, 기무사, 경찰 등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런데 이 모든 주장에 근거는 없다. 당장 국민이 궁금해 하는 RO(지하혁명조직) 녹취록 발언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해명 대신 침묵을 택했다. 진보진영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총명함을 자랑하던 이정희는 오간데 없고, 오기와 악(惡)만 남은 꼭두각시 당 대표만 남은 모습이다.

심지어 정부가 작성한 체포동의안을 보면 이석기 의원은 지난 5월 RO 비밀회합에서 이정희 진보당 대표가 편향돼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지난 4월 초 (이 대표가)북한의 미사일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 사실을 거론하며 “그거야 말로 현 정세를 바라보는 일관된 편향된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는 보도에 대해, 이 대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과연 무엇을 위해 그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이 대표는 지난 해 통진당 사태로 총선에 나가지 못했다. 당시 이석기 의원이 당의 실질적 최대주주로 드러나면서 얼굴마담이라는 비아냥도 들어야했다. 그래도 대선에 출마했다. 대선 중도포기로 선거비용만 받아갔다는 비난을 들었지만, 후에 당 대표를 꿰어찼다. 세번째 도전에 직면한 이정희 대표. 오뚝이인지, 꼭두각시인지 이번에는 확인될 듯 하다. 민의를 외면하면 바람처럼 사라진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