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10월에나 열 수 있을지”...부실국감 방관하는 국회의원들
뉴스종합| 2013-09-05 10:14
국정감사 부실이 뻔히 예고된 상태인데도, 여야 정치권은 사태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첨예하게 대립 중인 여야가 아직 정기국회 일정조차 잡지 못한데다, 개별 의원들의 관심도 국정원 개혁 등 정치현안에 더 쏠려있기 때문이다.

4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이후 국회는 또다시 공전에 들어갔다. 5일 아침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 대표단들 모두 언제 국정감사가 시작될 지 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여야 협상 일정조차 오리무중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우리는 추석 직후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이 그렇지 못하다”고 했고, 민주당은 “현안들이 산적한 만큼 추석 이후에 일정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서로에 책임을 돌렸다.

이러다보니 정치권 주변에서는 올 국정감사는 빨라야 10월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귀향 인사를 핑계로 여야 모두 이달 중순까지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고, 이후에 협상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대상기관 및 증인과 참고인 선정, 그리고 일정 조율 등에 1주일 이상 필요한 까닭이다.

문제는 국감일정이 늦어질 수록 부실감사의 심각성은 더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차세대 전투기 도입과 북핵 등 굵직한 현안을 다루는 국방위원회 야당 측 한 관계자는 “늦어지는 일정에 심리적 압박도 크다”며 “국정원 촛불집회에 이석기 의원 문제까지 겹쳐 의원들도, 보좌진들도 다들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국감 방향조차 잡지 못했다”며 “통상 추석 직후 시작하는데, 그 일정조차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이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닿지 못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아직도 국감까진 날짜가 많이 남았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아직 열흘 이상 남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충실한 국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한 초선 의원도 “당면 과제인 국정원 개혁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국감 준비를 이야기하는게 맞다”며 아직 생각조차 않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보좌진에 책임을 돌릴 생각부터 하는 의원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의 한 의원은 “국감자료 확보에 있어 보좌진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데, 막 재촉하면 뭔가 나오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절대 안주는 식이다”라며 “보좌진은 국감시즌에 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제대로 못하면 잘리기도 하는데, 이번 국감 끝나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교체되는 지 한 번 지켜보라”라고도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3주간 400여개 이상 단체를 감사한다는 게 애초부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지금 상황으로 보면 ‘수박 겉핥기’ 식의 대안 없는 감사, 몇가지 흠집내기 정도에 그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최정호ㆍ백웅기ㆍ이정아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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